“예술은 즐겁게 해야 좋은 작품 탄생시킬 수 있어”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김재선 화백은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나 그의 치열함 속에는 창작의 고통보다 즐거움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8월 한 달간 서산시 서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13번째 개인전의 제목이 ‘선 긋기 놀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술의 원동력은 즐거움입니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오래 작업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작품도 건질 수 있는 것이죠. 오랜 세월 긴 시간 동안 한 눈 팔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이죠”
물론 처음 붓을 잡았을 때부터 마냥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 미대생 신분을 속이고 출전한 국전에서 쟁쟁한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재능이 있던 터라 좋은 작품에 대한 고민은 돌덩이 마냥 묵직했다.
이런 답답함을 뚫어준 것은 비구상계열의 작업. 젊은 화가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김 화백은 욕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존재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는 조형포기란 대단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김 화백은 줄기차게 손끝에서 나오는 재주가 아닌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그의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젊은 시절 생명의 근원을 찾기 위한 ‘늪 시리즈’를 거쳐 25년 전부터 선 긋기 놀이에 빠진 김 화백은 지금은 작업과 놀이가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선을 긋는 행위는 결과와는 전혀 무관한, 수행과도 같은 일이 됐습니다. 남들에게는 똑같이 보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늘 새로운 놀이입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놀이에 빠질지는 알 수 없죠. 최선을 다해 즐겁게 작업을 할 뿐입니다”
70대의 나이에도 아침 8시 30분에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5시 30분이 되어야 붓질을 멈춘다는 김재선 화백. 그의 인생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