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시인에서 국민 시인으로 기리겠다”

박주택 회장은 윤곤강 시인을 재조명해 문학사적 의의를 밝혀내고, 한국 문학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택 회장은 윤곤강 시인을 재조명해 문학사적 의의를 밝혀내고, 한국 문학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나비의 주인공 윤곤강 시인은 오랜 세월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마흔도 안 돼 단명했고, 20대 초반에 데뷔한 후 실질적으로 활동한 기간이 10년도 되지 않는 등 대중과의 접촉이 드물었던 탓이다.

또한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있기보다는 여러 범주에서 다양한 문학적 변모를 시도했던 그의 발자취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

그러나 뜻있는 문인들에 의해 그의 작품이 한국 근대 문학 형성과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러 곳에서 시인 윤곤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심에 서 있는 단체가 바로 지난 2021년 출범한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다. 

윤곤강 시인의 고향인 충남 서산과 전국의 문인들이 의기투합한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는 미발표 작품과 평론 재 발굴 등을 통한 다양한 선양 사업으로 윤곤강이란 인물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8일 박주택(경희대 교수·시인) 회장을 만나 윤곤강이란 시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윤곤강 시인
윤곤강 시인

윤곤강 시인은 문학계의 평가에 비해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인물이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윤곤강 시인은 충청남도 서산 출생으로, 1928년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30년 일본 센슈대학에서 법철학을 전공하던 중 녯城(성)터에서 ‘비판 1931’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33년 귀국해 카프(KAPF)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에 의해 5개월 간 옥살이를 했으며, 해방 이후에 보성고보 교사, 동국대학교·성균관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50년 사망했다. 현재 제주 조각공원과 보성고교, 충남 서산문화회관 및 묘소 등에서 시인의 시비를 찾아볼 수 있다.

윤곤강은 1930년대 중후반 한국 근대 문학의 주요 지점을 연구할 때 간과할 수 없는 문인이다. 20~30년대 한국 문학을 주름잡았던 KAPF 활동에 가담했고 이육사·신석초 등과 함께 ‘자오선’ 동인을 창설, 최초의 시 전문 동인지 시학의 주관을 맡는 등 문단 곳곳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했다. 

윤곤강 시인의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지 등 총 여섯 권의 시집과 비평서 시와 진실을 출간하는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또 한국 전통 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고산시집, 근고조선가요찬주를 저술하고, 시집 피리, 살어리 등에서는 고려가요 및 조선 시조 형식을 계승·재현하기도 했다.

윤곤강 시인의 시는 시집 수록작 216편, 미수록작 50여 편으로 그 양과 종류가 매우 방대하다. 시인이 1931년에 데뷔하였고 실질적으로 활동한 기간이 1933년~1940년, 1945년~1947년으로 1930년대 중후반 및 해방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동시기에 발표한 평론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작업량은 매우 대단한 수준이다.

윤곤강 시인의 많은 시편 가운데 지금까지 즐겨 낭송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후기 작품이다. 박만진 시인의 주재로 서산문화회관 시비에 새겨진 ‘나비’나 서울 보성고교 시비에 새겨진 ‘잉경’ 등은 해방 이후 쓰인 윤곤강 후기시의 대표작들이다.

한국 시단에서의 윤곤강 시인에 대한 평가는?

과거 윤곤강 시인에 대한 평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귀국 초기 카프에 소속된 바 있으나 그 기간이 길지 않았고, 시학이나 자오선 역시 여러 사정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시 문학 연구자들이나 시단에서 각광받고 조명 받았던 문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문학에 대한 연구 수준이 깊어지고 시 문학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 과제들이 등장하면서 윤곤강 시인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볼 때 윤곤강 시인은 카프 문학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문인이며, 모더니즘 문학과 거리를 두고자 하였으면서도 1930년대 후반 이른바 제2동인지기의 선두에 있었고, 전통 시가를 계승·재현하는 등 우리 전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었다. 한국 근대 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 윤곤강 시인의 역할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윤곤강 문학 연구'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윤곤강 문학 연구'

지난 2021년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추진할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는 2019년부터 창설을 준비했고, 2021년 3월 창립총회 이후 윤곤강 선양 사업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단계별로 과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2022년 8월에는 공주대학교·경희대학교·대전대학교·목원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세명대학교·충남대학교·한남대학교·한양대학교 등 서울과 충남 일대 주요 윤곤강 연구자를 초청해 윤곤강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때의 성과를 정리·보완해 ‘윤곤강 문학 연구’를 12월에 발간했다. 나아가 2023년 현재 그동안 발굴된  윤곤강 작품을 정리한 ‘윤곤강 전집’(총 2권)을  발간 작업 중에 있고, 향후 윤곤강과 서산·태안의 문학을 더욱 빛내고 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중이다. 

사업회 회원들과 문학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곤강은 풍부한 창작 의욕과 그것을 실천한 다작 행위 등을 볼 때 국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 충분한 시인이다. 윤곤강 문학기념사업회는 이러한 시인의 작품 세계와 시정신을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임과 동시에 한국 문학사에서 쉽게 잊힐 수 없는 시인에 대한 재독을 소명하며, 그 가치를 일깨워 한국 문학에 이바지하기 위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사업회가 성공적으로 윤곤강을 재조명한다면 시인의 문학사적 의의를 밝혀냄과 동시에 우리 한국 문학이 더 발전하기 위한 토대 마련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윤곤강 시인 선양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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