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이 최근 중고제 판소리 학교를 열었다. 서편제나 동편제 보다 세가 약한 중고제의 부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모습에 이동백, 김창룡 선생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지역답다는 부러움이 새삼 든다.

솔직히 부러움 보다 더 큰 것은 서천 못지않은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초라한 모양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서산에 대한 아쉬움이다.

중고제에 관한한 서산은 ‘심정순 가문’이라는 불세출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도 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중고제 판소리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받는 심정순 선생은 자신의 재능을 딸인 심화영에게 고스란히 전수했고, 심화영 선생은 지난 2009년 작고할 때까지 서산 땅을 지키며 중고제 부흥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사회도 중고제판소리보존회를 결성하며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심화영 선생이 돌아가시는 등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면서 현재는 활동이 뜸한 상태다.

또한 고북면 초록리가 고향인 고수관 선생도 중고제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로 서산이 배출한 중고제 명인들의 예술적 가치와 존재감은 경기와 충청 내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나다.

화려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지역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있는 게으름에 대해 서산은 깊이 반성해야한다.

특히 이처럼 소중한 자원을 오랜 기간 방치한 서산시의 무관심은 분명 비판 받아야할 대목이다.

그동안 정성을 쏟은 지역에서 들으면 기분나빠할지 모르겠지만 본가를 자처하는 각 지역의 중고제는 아직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다.

중고제 전수자들이 거의 사망한 상태에서 끊어진 명맥을 다시 잇는 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정순 가문의 천재성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하늘은 우리 서산에 마지막 희망 하나를 남겨뒀다.

중고제 판소리 원음을 세포에 각인하고 있는 마지막 계승자 심태진(여·94·심상건의 딸·미국거주) 선생이 바로 그 희망이다.

LP판을 듣고 연습하는 것만으로 중고제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모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태진 선생과의 만남은 중고제와 관련한 잡다한 문제들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열쇠다.

우리 서산은 심화영이란 귀중한 인물을 허송세월 속에 허무하게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그런 과오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중고제 복원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우리 손에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서산 중고제, 아니 대한민국의 진정한 중고제는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서산이 정신을 바싹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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