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주영 센터장

박주영 센터장은 “청소년의 도박문제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대중매체 등의 주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행동과 관련된 환경을 정비하고 제거하는 일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영 센터장은 “청소년의 도박문제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대중매체 등의 주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행동과 관련된 환경을 정비하고 제거하는 일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주영 센터장은 청소년의 도박문제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른들이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한 청소년 도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도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예방교육이 어렸을 때부터 필요하다고 조언한 박 센터장은 “대중매체 등의 주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박행동과 관련된 환경을 정비하고 제거하는 일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박주영 센터장을 만나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과 예방책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청소년과 도박, 쉽게 연관 짓기 어렵다. 청소년 도박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과거에는 도박이라고 하면 성인의 문제행동으로 특정 장소에서 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쉽게 온라인 도박을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도박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대폰으로 도박사이트에 베팅하고, 환호와 탄성을 질르는 상황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청소년 도박은 전파력이 강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수퍼전파자’ 한 명이 수십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도박 브로커가 친구들에게 돈을 대주고 빚 갚음을 종용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다리, 달팽이 등 미니게임이 불법 도박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베팅을 도박이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각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래상담자 청소년들을 통해 청소년의 관점에서 도박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또래토론회 자리마련도 시도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8월 27일 토론회 모습.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각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래상담자 청소년들을 통해 청소년의 관점에서 도박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또래토론회 자리마련도 시도하고 있다.사진은 지난 8월 27일 토론회 모습.

최근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서산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올 초 서산시의 청소년담당부서인 여성가족과로부터 지자체가 지역 청소년을 위해서 미리 조치를 취하거나 마련하면 좋을 정책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이 문의에 대한 결과로 청소년 사이버도박중독 예방체계 사업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도박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전국최초 시도하는 시책사업으로 최근 ‘2022년 충남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현재 서산시 청소년의 도박행동과 관련해 전반적인 정확한 기초자료가 필요해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게 됐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하게 됐다.

이번 서산시 연구보고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첫째, 기존 전국이나 대도시 중심 도박연구 자료와 비교할 수 있는 서산시 청소년 도박연구 기초자료를 확보한 점. 둘째,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이전의 연령인 10대 초반 연령도 주요 도박문제 대상임을 강조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감안해 조사대상자로 초등학교 6학년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단순히 도박경험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 도박관련 위험요인과 보호요인들을 결합해 도박문제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태조사 결과 나타난 서산지역 청소년들의 도박 실태와 심각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이번 서산시 청소년 도박경험이나 경험내용 결과를 보면, 기존 전국 단위나 대도시 조사결과와 유사하거나 약간 높게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산시 초중고등 청소년 중 지금까지 돈내기 경험이 있는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최근 전국이나 경기도 중·고등학생 조사 경험비율인 약50%대와 유사하다. 초등학생까지 포함한 점을 고려하면 서산시의 결과를 좀 더 상향 예측 가능하다. 

청소년의 도박문제 ‘위험집단과 문제집단’은 전국 추정치(2018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6.4%로 서산시 청소년은 위험집단 비율이 9.1%로 더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등학생에서 12%로 높게 나타났다. 

도박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정도에서는 서산시 청소년들 중 초등학생에 비해 중·고등학생이 도박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중독 예방교육을 받은 비율은 중·고등학생이 초등학생보다 더 높았지만, 도박문제 심각도 인식은 더 낮고 성인이 된 후 도박의향도 더 높게 나타났다. 형식적 교육이 아닌 도박에 대한 실감나는 예방교육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적인 놀이로 시작한 도박이 문제화 되는 결정적 계기는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으로 나타났다. 즉 도박과 자신에 대한 환상이 고착되면 심각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놀이로 시작한 도박이 문제화 되는 결정적 계기는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으로 나타났다. 즉 도박과 자신에 대한 환상이 고착되면 심각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소년들이 도박을 시작하는 가장 큰 계기는 ‘친구’로 나타났다. 우울이나 도덕성 같은 내적인 요인보다는 ‘관계’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친구들과 일상적인 놀이로 시작한 도박이 문제화 되는 결정적 계기는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으로 나타났다. 즉 ‘도박으로 먹고 살 수 있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돈 벌기 좋은 방법이다’, ‘나는 도박결과 예측을 잘 한다’와 같이 도박과 자신에 대한 환상이 고착되면 심각성이 높아진다. 

작은 미니게임이더라도 ‘따 본 경험’이 있을 경우 이런 비합리적 도박 신념이 청소년의 삶에 고착되기 쉽다. 그래서 온라인 미니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초입자에게 따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작해준다고 한다.  

최근 미국과 영국도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에 대한 경각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성인  도박중독(도박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어렸을 때 도박을 시작할수록 중독으로 심각해진다는 결과가 나왔고, 청소년 도박문제자는 도박으로 인해 2차 범죄율이 성인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용돈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다양한 도박문제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들을 도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도박성 행위에 대한 인식개선과 청소년 도박 노출예방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확률형 아이템 게임이나 미니게임, 인형 뽑기, 사다리 게임 등을 도박행위로 여기지 않고 개인의 능력으로 인정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한다. 이런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과 꼼꼼한 제도 마련이 제일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최근 청소년들이 사행행위 광고나 도박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에 활용되는 내용물이나 이미지들이 ‘아기돼지 당첨금’ ‘산타할아버지의 백만금’처럼 도박에 대한 불필요한 환상이나 매력을 유발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과몰입이나 문제집단에 초점을 둔 정책보다는 예방과 치유에 집중해야한다.  도박중단(단도박)의 가장 큰 계기는 청소년 스스로가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다. 이런 도박행위의 실체에 대한 실감나는 예방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박문제에 보호요인으로 ‘친사회적인 학교분위기’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집단에서 ‘친사회적인 학교분위기’ 즉 교사나 학교에서 청소년에게 의사결정 참여기회를 주고 격려하고 일대일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고 여길수록 도박문제 심각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보호요인으로 예측했던 ‘긍정적인 또래지지’(친구는 내 말에 귀 기울인다, 힘들 때 함께한다. 친구를 믿는다)는 오히려 고등학생의 도박문제 심각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의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도박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성인의 경우 복권 등 일부 합법화된 영역이 존재하나 청소년은 형법, 청소년보호법, 사행행위 규율 등으로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부모나 어른들이 ‘어쩌다 큰 돈 벌면 대박이지’하는 생각이나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아이들은 언제고 불법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노력 없이 돈이나 명예를 얻으면 그만이다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를 붙일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도망가고 싶은 삶이 아니라 그 자체로 괜찮은 삶, 원하는 대로 안 되어도 견딜만한 삶으로 청소년들의 생활이 자리 잡도록 어른들이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어른들은 담배나 술 같은 것에 의존해서 스트레스 풀면서 청소년들에게는 나중에 나이 들어서 하라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청소년을 대책 없이 나쁜 환경에 노출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다.

모범적인 인생선배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괜찮은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이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좋은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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