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보호 아닌 자립 기틀 마련, 소통위해 미술관도 운영

사회복지법인 건생원의 산하 기관인 아이원은 태현보호작업장과 함께 장애인의 존엄과 자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건생원의 산하 기관인 아이원은 태현보호작업장과 함께 장애인의 존엄과 자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오랜 세월 지적장애는 천형이었다. 모든 것이 나아진 지금도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의 절망에는 우리가 상상 못할 고단함이 묻어있다.   

이런 현실에서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아이원(원장 고충경)은 우리사회가 지적장애인과 어떤 방식으로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 정답에 가까운 길을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아이원은 기본에 충실하다. 지적장애인에게 거창한 걸 해주기보다는 기본적 생존권을 탄탄하게 지켜주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자신의 집처럼 편안함 마음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지난 6월 열린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양성과정 커피 나눔 행사 문화공연 모습. 아이원은 갤러리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양성과정 커피 나눔 행사 문화공연 모습. 아이원은 갤러리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원한 아이원에는 현재 30명의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적장애인이다. 이곳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을 맹목적으로 보호만 하지 않는다. 어렵더라도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찾고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남들이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일에도 용감하게 덤벼들 수 있었다.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태현보호작업장은 지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내가 열심히 일해서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그럴듯한 간판조차 없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보이거나 관심을 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으로 미술관을 개관했다.

처음에는 ‘중증장애인거주 시설에 미술관이 어울릴까?’하는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지적장애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아이원 고충경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고충경 원장은 “장애인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중 받는 세상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충경 원장은 “장애인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중 받는 세상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존중 받는 세상 만들고 싶어”
[인터뷰] 아이원 고충경 원장

중증장애인시설과 갤러리, 의외의 조합이다?

지적장애인들과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이분들도 다양한 문화적 욕구가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또 지역의 뜻있는 화가분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이용인들에게 그림을 지도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도 느꼈죠. 
또한 중증장애인시설도 과거처럼 으슥한 곳에 숨어 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죠. 그래서 문화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해 피카소 갤러리의 문을 열게 됐습니다. 전시회 개최를 통해 지역의 문화사랑방도 역할도 하고, 우리 이용인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미술관이 되도록 항상 노력할 계획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동안 경험한 장애인시설과는 다르다?

아이원에는 간판과 현황판 같은 것이 없어요. 대신 장애인들의 그림을 비롯해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죠. 그리고 벽면도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모두 다가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위한 아이원의 작은 몸짓들입니다. 또한 지적장애인 스스로가 일정부분은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중인데 식단부터 캠핑과 침대사용 등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지적장애의 경우 교육성과나 자립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물론 어렵죠. 하지만 불가능 하지는 않아요. 우리 이용인들을 보면 알 수 있죠. 지적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면 분명 발전이 있다고 믿어요. 이용인 중 15명이 태현보호작업장에서 레드솔트와 굼벵이 제품 포장을 열심히 하고 있고,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는 분도 있어요. 매월 10일이 월급날인데 뿌듯해 하는 이용인들의 얼굴을 보시면 왜 이들에게 일이 필요한지 느끼실 겁니다. 오는 8월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두 분의 이용인이 바리스타에도 도전합니다.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누워만 있던 이용인이 산책을 할 수 있는 정도로 호전되는 걸 저는 직접 경험 했죠. 오래 걸릴 뿐이지 분명 길은 있다고 믿어요.

앞으로의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장애인 관련 정책이나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는 있는데 장애인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고, 지적장애인의 경우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생각해요. 이렇다 보니 아직도 지적장애인을 오롯이 부모나 가족이 떠안으려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자체는 이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바람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하면서 저와 아이원의 선생님들은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용인들과 함께요. 이용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 그게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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