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35기동문상조회원들을 보며 느낀 단상 

지난 18일 3년 만에 만난 서령35기동문상조회원들.
지난 18일 3년 만에 만난 서령35기동문상조회원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서령고등학교의 체육관에 아저씨들이 하나둘씩 어슬렁어슬렁 나타난다. 이들의 정체는 이 학교 35회 졸업생들로 이뤄진 서령35기동문상조회원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만나는 터라 어색할 만도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옛날 별명과 찰진 육두문자가 난무한다.

1972년생 쥐띠들이니 갓 반백을 넘긴 엄연한 중년들이지만 혈기왕성하던 애송이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탓에 순식간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몰골은 마음과는 사뭇 다르다. 바가지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만삭인 배와 흰머리 한 올도 아쉬운 머리상태까지 영락없는 아저씨들이다. 

경품에 당첨된 행운아들. 공짜가 좋아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 중 하나다.
경품에 당첨된 행운아들. 공짜가 좋아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 중 하나다.

대화 내용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총각시절 단골 메뉴였던 여자, 연애, 자동차 등의 이야기 대신 건강, 자식들 공부, 무서운 마누라 등이 새로운 주제로 떠올랐다.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언뜻언뜻 이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아버지의 50대와 나의 50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옛날 50대의 아저씨는 어른이었다. 지금보다 사는 것도 촌스러웠고,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가족을 든든하게 지키는 가장으로, 사회의 한축을 담당하는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요즘의 50대는 탄탄했던 과거의 50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근엄한 가장의 위신은커녕 아내는 물론 아이들의 눈치도 봐야하는 처지다. 오죽하면 집에 가면 반기는 건 반려견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족구 시합에 나선 50대 아저씨들. 옛날과는 달리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족구 시합에 나선 50대 아저씨들. 옛날과는 달리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사회에서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차곡차곡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로 간혹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꼰대’로 전락하는 수모도 겪어야만 한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처지에 현상 유지를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못마땅하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는 터라 그저 묵묵하게 참는 것이 습관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날만은 속에 있는 말도 술술 잘 나온다. 잘난 놈과 못난 놈으로 나뉘는 것이야 어느 조직이나 매한가지지만 나보다 잘난 친구는 그래도 친구라고 만만하다.

3년만의 모임은 짧게 끝났다. 고만고만한 친구들의 모습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살사는 것인지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애당초 기대도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헤어지며 나누는 악수에 힘이 간다. 정답 대신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아저씨들이 바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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