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그림 그리고 싶어”

17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이윤희 서화가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했다. 민화를 그리고 있는 자신의 딸과 함께 합동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17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이윤희 서화가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했다. 민화를 그리고 있는 자신의 딸과 함께 합동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인연은 때때로 불쑥 찾아온다. 사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문인화와 인연을 맺은 이윤희 서화가도 그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우연 같은 인연에는 정교한 톱니바퀴 같은 필연이 있었다.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림을 업으로 살고 있으니 참 희한하죠. 그런데 제가 도시에 살면서 서예를 시작했고, 어머니를 돌봐드리러 시골에 내려와서는 문인화 선생님을 만난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우연이건 필연이건 그림의 매력에 날카롭게 각인된 이 서화가는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부단하게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는 사이 단순한 취미에서 시작한 그림은 힘든 시간도 함께 이겨나가는 인생의 동반자가 됐고, 이때 즈음에는 세상도 그를 서화가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윤희 서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 속 의자와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유채꽃·숲길 / 한지·수묵담채 / 120x70cm)
이윤희 서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 속 의자와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유채꽃·숲길 / 한지·수묵담채 / 120x70cm)
아름다운 자연은 그의 단골 소재다. 자연을 너무나 사랑한 까닭에 아호도 ‘들길’이라 지었다.(동행 / 화선지·수묵담채 / 70x70cm)
아름다운 자연은 그의 단골 소재다. 자연을 너무나 사랑한 까닭에 아호도 ‘들길’이라 지었다.(동행 / 화선지·수묵담채 / 70x70cm)

13~27일까지 수덕사 선미술관(예산군 덕산면)에서 ‘유월에 숲·소리 들길전’이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윤희 서화가는 인생작으로 ‘유채꽃ㆍ숲길’이란 작품을 선택했다.

끝없이 펼쳐진 유채꽃밭을 따라 숲길이 나있는 이 작품 속에는 작은 의자가 하나 있다. 이 서화가는 자신의 그림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 속 의자와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힘들 때마다 쉬어 갈 수 있게 말이다. 

전시회 때마다 몇몇 작품을 수덕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덕사노인요양원에 기증하며 예술인의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윤희 서화가의 작품 속에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려있다.(여정 / 순지·수묵담채 / 80x60cm)
이윤희 서화가의 작품 속에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려있다.(여정 / 순지·수묵담채 / 80x60cm)

긴 세월 동안 먹빛과 함께 문인화 외길을 걸어온 이윤희 서화가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림을 하면서 다른 마음은 다 비워가고 있는데 더 좋은 작품을 대한 열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 같네요. 한동안은 더 욕심을 부려볼 생각입니다. 화가의 욕심이란 것이 별것이 있나요. 그저 매일매일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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