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 농촌지역 초등학교의 성장기에서 길을 찾다   

합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6명뿐인 전형적인 작은 학교지만 혁신학교 운영을 통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며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합천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6명뿐인 전형적인 작은 학교지만 혁신학교 운영을 통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며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인구 3만이 조금 넘는 충남 청양군에서는 작은 학교가 특별하지 않다. 12개 초등학교 중 9곳이 전교생이 50명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처지인 탓이다. 

합천초등학교(교장 최점미)도 전교생이 46명뿐인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지난 1970년 개교 이래 몇 차례에 걸친 통폐합 끝에 현재는 화성면의 유일한 초등학교가 됐다. 

지역소멸을 걱정 하는 판국에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신세다. 올해 합천초의 신입생이 단 1명인 것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하지만 이곳의 학생과 선생님은 씩씩하다. 요즘 작은 학교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일 합천초에는 무슨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지 한번 알아봤다. 

어버이날을 맞아 다함께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든 합천초 학생들. 이들은 서로에게 친형제나 다름없는 끈끈함을 느낀다.
어버이날을 맞아 다함께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든 합천초 학생들. 이들은 서로에게 친형제나 다름없는 끈끈함을 느낀다.

◇작은 몸집, 그러나 옹골찬 교육

학생 수만 적다고 무조건 교육 환경이 좋은 작은 학교가 되는 건 아니다. 지난 2021년 충남혁신학교로 지정된 합천초는 굳이 작은 학교임을 내세우지 않아도 그냥 좋은 학교다. 

혁신학교 지정 후 합천초는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교육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학교운영체제에서 과감하게 탈피했고,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과 마을과 연계한 교육활동으로 옹골찬 학교 교육력을 자랑하게 됐다.

같이 걷자 수학오름길과 화성마을학교 온종일 방과후교육이 좋은 예로 코로나19가 대한민국 교육을 마비시켜 전국의 많은 학교가 기초학력미달이라는 어려움에 빠졌지만 합천초는 당당하게 예외였다.

이밖에도 합천형 인공지능·SW·가상누리터와 꿈 빛 동아리 활동으로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닌 나눔과 배려, 창의력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합천초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중시한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유니폼도 축구 동아리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합천초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중시한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유니폼도 축구 동아리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아이를 위한 교육공동체란 이런 것!        

합천초는 아이를 위한 진정한 교육공동체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학교 중 하나다. 교사들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원활한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챙길 줄 아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으로 성장하고, 이러한 분위기는 합천초와 인연을 맺은 모든 교육공동체 구성원을 둘러싼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사실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에 좋은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다문화가정이나 한부모·조손가정 등 관심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합천초는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끈끈한 정으로 이런 어려움들을 뚝딱뚝딱 극복해 가는 중이다.

교육공동체 속에서 내가 아닌 우리라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교훈을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다. 

최점미 교장은 아이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 마음이 타인과의 나눔을 실천하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며 늘 소통에 힘쓰고 있다.
최점미 교장은 아이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 마음이 타인과의 나눔을 실천하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며 늘 소통에 힘쓰고 있다.

[인터뷰] 최점기 교장, “아이들의 행복이 최우선인 학교 만들어 갈 것”

작은 학교의 장점과 단점이 궁금하다?

일단 교사들이 아이 하나하나에 대해 세밀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아이들의 적성과 개성에 맞는 개인별 지도로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친밀한 관계를 통한 인성교육도 가능하다. 다만 학생들이 적다보니 사회성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데 합천초에서는 다양한 무학년제 활동으로 전교생이 형, 언니, 동생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농촌지역 초등학교, 어려움이 많아 보이는데?

일단 학생들이 너무 줄고 있는 것이 공통된 어려움이다. 한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이는데 합천초는 지난 2020년부터 공동학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결과 전학생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다문화가정과 한부모 가정 등 일반가정에 비해 부족한 환경에 처해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교사들과 주변 친구들의 따뜻한 관심으로 처음에는 어둡던 아이들이 몇 개월 지나 환하게 웃으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들이 있다면?

아이들을 되도록 밖에서 놀게 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트램펄린을 설치했고,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새롭게 조성 중이다. 전교생이 아침마다 걷기 운동을 실시한 결과 5명의 학생이 월 20만보를 돌파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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