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산경찰서 김호 수사과장·윤성완 수사관 

김호 수사과장과 윤성완 수사관은 ‘설마 내가 당하겠어’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 수사과장과 윤성완 수사관은 ‘설마 내가 당하겠어’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지난 16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에 2분짜리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다급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112신고! 더 늦기 전에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 영상에는 지난 4월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자칭 금융업 종사자라는 인물에게 현금을 넘긴 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산경찰서 수사관들의 활약이 담겨져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보이스피싱과 전쟁 중이다. 경찰은 물론 행정, 금융기관까지 나서 근절에 앞장서고 있지만 잡초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보이스피싱은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최일선에서 시민들의 안위를 위해 보이스피싱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많은 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서산경찰서 김호 수사과장과 윤성완 수사관에게 보이스피싱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경찰을 비롯한 국가가 나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호 수사과장)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눌한 말투나 누가 봐도 허술한 접근방식, 해외 발신번호 사용 등은 과거의 이야기다. 요즘 극성을 부리고 있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경우 허위의 사문서, 공문서로 피해자를 속이고, 대출신청서 등을 가장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발신자 번호를 금융기관의 번호로 조작하는 등 IT기술도 악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앞으로 더 치밀해질 것으로 예상돼 경찰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윤성완 수사관) 최근 기존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로 신규대출해주겠다는 대환대출형과 휴대전화 액정 파손을 빌미로 계좌송금을 유도하는 가족·지인 사칭형 등의 보이스피싱에 많은 분들이 당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방식인 정부기관 모방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코로나 지원금이나 가상화폐 및 해외거래소 등을 이용한 환전사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수많은 사기유형이 존재해 항상 경각심을 늦출 수 없는 실정이다.

서산경찰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호 수사과장)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서는 관계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서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지역 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협조 요청과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다. 또한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유공 은행원에게 경찰서장이 직접 감사장을 전달하며 격려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청에서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협력해 범죄이용전화번호 차단, 보이스피싱 악성 어플을 차단하는 ‘시티즌 코난’ 어플 무료 배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산경찰서에서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지역 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협조 요청과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다.
서산경찰서에서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지역 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협조 요청과 홍보를 진행하는 중이다.

사건 현장에서 수사 도중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윤성완 수사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피해자분들에게 금융법 위반, 수사 중인 사항 발설 금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뇌를 시키다보니 간혹 끝까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돈을 인출해 가는 경우도 있고, 악성 어플이 깔렸는지 확인만 하면 사기인지 알 수 있는데도 끝까지 휴대폰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분들이 있어 난감한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개인 재산이나 프라이버시 등과 관련된 문제다 보니 강제할 수단이 없어 끝까지 설득하거나 집에까지 동행해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피해 사례도 많이 접할 것 같은데?

(윤성완 수사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거에는 노년층이 주로 피해자들 이었으나 요즘은 사기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돈이 급하게 필요한 취업준비생이나 학생 등 젊은이들도 피해를 입어 인생의 첫 출발을 망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정말 화가 나는 사건은 할아버지의 암 수술로 인해 돈이 필요하던 할머니가 때마침 걸려온 보이스피싱에 속아, 가지고 있던 돈마저 사기를 당한 경우다. 이런 피해 사례를 접할 때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을 꼭 검거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지게 된다.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할 보이스피싱 예방법이 있다면?

(김호 수사과장) ‘설마 내가 당하겠어’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앞서 이야기 했든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져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사법·세무·행정 등 어떤 국가기관도 현금 인출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만일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는다면 통화상이나 문자를 통해 알게 된 전화번호가 아닌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를 해 알아봐야 한다. 경찰관이라며 돈을 찾아 보관하라고 하면 해당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악성 어플이 설치되면 사기범들이 피해자의 휴대폰을 통제할 수 있는 만큼 플레이스토어에서 경찰청이 개발한 시티즌 코난 어플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보이스피싱이 카카오톡 등 주로 메신저로 이뤄지고 있는데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관계자가 개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사건, 대출 상담 등을 절대 하지 않는 다는 것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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