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청춘 제빵소’, 일하는 노인들의 천국
100세 시대, 노인일자리 모범 사례 눈길

최근 문을 연 청춘 제빵소는 노인일자리 전담 기관인 청양군시니어클럽의 야심작으로 지역 노인 일자리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청춘 제빵소는 노인일자리 전담 기관인 청양군시니어클럽의 야심작으로 지역 노인 일자리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청양군에 희한한 빵집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14일 현장을 찾아갔다. ‘청춘 제빵소’, 간판만 보면 젊은이가 창업한 빵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은 12명의 어르신들이 제2의 청춘을 불태우고 있는 일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르신이라 불리기엔 너무 어린(?) 직원이 응대를 한다. 주인공은 김옥남(64)씨. 

청춘 제빵소의 막내인 김옥남씨는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많이 만들어 지기를 바랐다.
청춘 제빵소의 막내인 김옥남씨는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많이 만들어 지기를 바랐다.

“요즘 60대는 노인 축에도 못 들어가요. 어르신들이 많은 청양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이곳에서도 제가 제일 막내입니다. 그래서 꾀부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청춘 제빵소는 늘 활기가 넘친다. 김 씨 같은 인생 후배들은 한 살이라도 젊은 자신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생 선배들은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자신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소한 일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귀촌 3년차인 김씨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고 한다. 도시에 살면서 자원봉사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터이지만 농촌의 끈끈한 사람 사는 정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포근함이었다.  

청춘 제빵소의 어르신들은 무료하거나 우울해 할 틈이 없다. 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긴 탓이다.
청춘 제빵소의 어르신들은 무료하거나 우울해 할 틈이 없다. 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긴 탓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청춘 제빵소는 12명이 3시간씩 교대로 근무를 하는 시스템이다. 노인일자리 특성상 근무강도는 세지 않지만 늦은 나이에 빵 만드는 법 배우랴, 빵 이름 외우랴, 판매하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하다.

그래도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모른다. 무료했던 일상이 확 바뀐 탓이다. 집을 떠나 어딘가 갈 곳이 생겼고,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사가 즐겁다.  

영리를 위해 맛있게만 만든 대기업의 빵과는 달리 청양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해 몸에 좋은 비건빵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자부심은 청춘 제빵소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덤이다.

청춘 제빵소에서는 청양 구기자를 비롯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빵을 만들며 맛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청춘 제빵소에서는 청양 구기자를 비롯한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빵을 만들며 맛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100세 시대가 지루함을 넘어 고통이 되기도 하는 현실에서 청춘 제빵소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람 있고, 값진 인생2막을 열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은 본받아야할 좋은 사례임에 틀림없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언니들의 바람이라면 살짝 귀띔을 해줬다.  

“일하는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 현재의 3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어르신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많은 응원을 당부드리고 싶어요”   

제빵사를 졸라 조각케이크를 비롯해 더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생긴 청춘 제빵소 어르신들의 새해 바람은 소박하다. 받기만 하는 노인이 아닌 함께하는 노인이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들을 응원해야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충청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