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갈등의 해결책은 ‘위로’

 
어느 해건 간에 이맘때쯤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살이가 험난하고, 각박해지다보니 한해를 무사히 넘어가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반증일 게다.

특히 올해는 다사다난을 넘어 다애(多哀)한 일년이었다.

지난 2월 17일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5월 26일 경기도 고양버스터미널화재 △5월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6월 21일 임 병장 사건 △7월 17일 광주 소방헬기 추락 △8월 25일 창원 버스 사고 △10월 17일 판교 환풍구 붕괴 △12월 1일 501오룡호 침몰 등 슬픔에서 빠져나올 시간도 없이 대형사고들이 휘몰아 쳤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재(人災)니 예견된 참사니 하는 뻔한 소리와 누구 책임이냐를 놓고 벌이는 추태는 수백 번도 더 듣고 본 터라 여기서는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몰상식함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하고자 한다.

모든 세상사에는 한계가 있다.

슬픔이란 것도 개인의 그릇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가슴을 꽉 채운다.

이렇게 갈 곳 없는 슬픔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거나 때로는 체념으로, 때로는 분노로 세상에 분출된다.

슬픔에 빠진 사람이 더 이상 슬퍼하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빠지지 않도록 어루만져 주는 것이 위로다.

위로에 인색한 사회 일수록 수많은 갈등과 반목이 존재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이 그렇다.

그 정점에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막말을 퍼부은 일부 몰상식한 누리꾼들이 서있는데 이들은  ‘죽어주는 게 효도’ ‘물고기 밥’ 이라며 희생당한 아이들을 비하하고, 유가족들에게는 ‘시체장사’ ‘세월호는 로또’라는 등의 차마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만행을 저질렀다.

온전하게 슬퍼할 수 있는 시간마저 빼앗긴 유가족의 가슴은 슬픔 대신 분노로 가득 찼고, 이 분노는 다시 우리 사회에 전파돼 세월호는 그동안 끝없이 침몰하고 또 침몰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미흡하나마 특별법이란 이름아래 첫 단추가 채워졌다.

물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싸운 만큼이나 서로가 또 싸워야 할 테고 쉽사리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싸움에서 어느 한편이 이긴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가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분노와 체념이 아닌 온전한 슬픔과 용서로 유가족의 가슴이 채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세월호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바꾸는 것, 위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온갖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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