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양 동화제 표정수 보유자·이길우 전수조교

마을의 든든한 터줏대감이자 동화제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는 표정수 보유자와 이길우 전수조교.
마을의 든든한 터줏대감이자 동화제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는 표정수 보유자와 이길우 전수조교.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청양군 정산면 송학리 하송마을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근사한 건물이 한 채 있다. 정체는 2017년 준공한 동화제 전수관.

1989년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동화제는 마을과 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으로 그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시풍속이다. 

16일 만난 표정수 보유자와 이길우 전수조교는 동화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많은 무형문화재가 개인적인 기술에 국한돼 있는 반면 동화제는 온 마을 사람들이 참여해 만드는 공동체의 걸작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고령화로 인해 옛날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매년 음력 1월 14일이 다가오면 하송마을사람들의 마음은 바빠진다고 한다. 

“옛날에야 마을 장정을 비롯해 주민들이 하루 만에 준비를 마치고 동화제를 지냈지만 지금이야 그때처럼은 못하죠. 하지만 지금도 며칠에 걸쳐 준비를 하고, 옛날 방식대로 제를 올립니다. 주민들이 내일처럼 손을 보태는 덕이죠”(이길우 전수조교)

수많은 수고로움이 필요한 동화제지만 하송마을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한다.
수많은 수고로움이 필요한 동화제지만 하송마을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한다.

나무를 한 짐씩 해오고, 새끼를 꼬아 엮고, 5~6m의 큼직한 동화대를 올리고, 제사상을 차리는 등 숱한 손길이 필요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오랜 세월 자신이 맡은 역할이 익숙한 터라 뚝딱해낼 수 있다.  

이 마을의 저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1988년 충남도풍물대회에서 준우승, 그리고 그 다음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풍물 실력도 빼어났다.

무형문화재 지정은 조용하던 산골마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여러 번의 방송 출연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고, 전국체전과 도민체전 등 큼직한 행사의 입장식 단골손님이 되면서 주민들의 자긍심도 한껏 높아졌다.

90년대 초중반의 전성기보다는 약간 덜하지만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전국의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찾을 만큼 동화제의 인기는 진행형이다.

5~6m의 동화대가 타오르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으로 사진작가들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5~6m의 동화대가 타오르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으로 사진작가들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동화제도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찾아오면서 향후 10년 앞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까닭이다.

인근의 고등학생들과 정산면의 주민자치회 등을 이용해 동화제의 수백 년 전통을 이어나갈 심산이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

그럼에도 주민들의 표정은 밝다. 내 아버지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래왔듯 어떤 난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탓이다.

“어려움이 있어야 보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조들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을 우리시대에 끊을 수는 없다는 것이 주민 모두의 생각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합심해 방법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표정수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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