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술이 시민의 일상이 되는 날 꿈꾸는 박라정 화가
지난해 원도심에 화랑 ‘아트토픽’ 문 열고, 시민과 소통 중

▲ 박라정 화가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로서의 유명세 욕심은 잠시 보류한 상태라고 했다. 대중성을 위해 예쁘게 포장하기보다는 제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에 더 치중하고 싶어 한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그림 그리는 것이 무작정 좋았던 한 소녀는 화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떠났다.
하지만 남들이 자신을 화가라고 부를 무렵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원 졸업하고,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어요.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모아 그림을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런 패턴으로는 도저히 작업에 집중 할 수가 없어 방법을 찾다 고향(충남 태안)으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죠. 당시에 다들 만류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지난 19일 만난 박라정(45) 화가는 기억의 주머니 속에서 한참 전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이 쑥스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세월은 20대 중반의 젊은 화가를 어느덧 40대 중반의 중견화가로 만들었지만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좀처럼 식지 않는 이 열정은 또 한 번 남들이 안하는 짓(?)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 지난해 3월 문을 연 ‘아트토픽’, 그냥 들어가도 되나하고 문 앞에서 쭈뼛거리는 사람들을 위해 박 화가는 작지만 단호하게 ‘무료관람’이라 붙여 놨다. 이곳이 서산시민의 일상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18년 전 수많은 만류를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듯 이번에는 터줏대감들도 짐을 싸 떠나는 원도심에 ‘아트토픽(충남 서산시 번화 3길 7)’이라는 화랑을 떡하니 선보인 것이다.
아무 곳에서건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된다는 20대 시절의 배짱에 문화와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미술로 소통하고 싶다는 40대의 새로운 도전이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작업에 집중할 공간을 물색하는 중에 지금의 ‘아트토픽’ 자리가 눈에 딱 들어오는 거예요. ‘한물간 원도심에 웬 화랑이냐?’며 만류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번잡한 도심과는 다른 구도심의 매력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었으니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아트토픽’은 지역사람들과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고 있는 중이다. ‘아트토픽’의 문은 항상 열려있고, 미술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태생과 외형부터가 TV에서 가끔 나오는 어마무시하게 근사한 갤러리와는 거리가 먼 탓도 있지만 오고가다 부담 없이 쑥 들어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운영방침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 박라정 화가는 현재 아트토픽 관장 겸 전시기획자이자 천직인 화가까지 1인 3역을 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동네 사랑방 역할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엄연히 화랑이란 이름을 내건 만큼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하다. 그동안 박 화가 자신의 개인전은 물론 초대전 2회와 그룹전시회를 개최했고, 특히 원도심 축제와 연계한 새로운 전시회를 시도하는 등 작지만 옹골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고향의 논과 밭, 풀, 꽃등에서 느낀 경이로움을 작품에 담아온 박 화가는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나이가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자기만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감동이 있는 그림,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바람이 생긴 것이다.

▲ 화랑 한쪽에 자리 잡은 작업실, 박 화가는 원도심에 젊은 화가들이 자리잡기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화가는 그림 보는 안목을 높이는 팁을 알려줬다.
“일단 많이 보세요. 내가 봐서 뭘 알겠어하는 걱정은 보고난 다음에 해도 충분합니다. 행여 마땅하게 그림 볼 곳이 없다싶으면 아트토픽에 들려주세요. 그림도 보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다 보면 안목은 저절로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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