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서울반도체 피폭 의심 피해자 아버지 이희철 씨

▲ 지난 21일 만난 이희철 씨는 자신의 아들을 비롯한 이 땅의 젊은 청년들이 올바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김명환 기자] 곤경에 처한 자식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아버지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지난 21일 만난 이희철(충남 서산·53)씨의 표정이 그랬다.
아들(23)이 서울반도체 협력사의 실습생으로 취업하게 돼 대견해 했던 것이 불과 2개월 전. 그 짧은 사이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방사능 피폭을 당했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고, ‘왜 하필 우리 애에게 이런 일이!!’라는 넋두리를 수없이 되뇌었다고 한다.  
“지난 7월 15일 장기현장실습생으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반도체 결함검사용 X-ray 발생장치를 사용하는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안전교육은커녕 안전을 위해 설치된 인터락(안전연동장치) 조차 해제한 상태에서 10시간씩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좀 더 많은 물량을 검사하기 위해서 젊은 청년의 미래를 망가트린 겁니다”
상사의 지시를 군말 없이 성실하게 따른 실습생의 손가락은 곧 이상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색으로 변하고, 껍질도 벗겨졌다. 급기야 손톱까지 빠지는 상태가 됐지만 회사의 반응은  “10년 일한 사람도 멀쩡하다”는 핀잔뿐이었다.
이렇듯 청년의 꿈을 짓밟아 놓고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회사는 힘없는 아버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사고가 터진 것을 가족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어린 아들을 회유한 것도 모자라 일이 이 지경이 된 후에도 추가 정밀조사 결과 협력사 직원 2명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다는 면피용 보도자료를 뿌려대는 서울반도체의 행위에 이 씨는 결국 거리로 나서게 됐다.
“아들이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이 젊은 청년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곳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현재 통원치료와 추적관찰, 정신과 상담을 병행해 받고 있는데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큰 탓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아들을 놓고 흥정을 하려한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말을 극도로 아껴왔다는 이 씨는 더 이상은 젊은 청년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감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의 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단 회사만이 아니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회사에서 실습이 불가능하면 학교에 나오든지, 휴학계를 내야한다는 학교 측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이 씨의 아들은 현재 경기도 소재 전문대학 기계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함께해주는 이들이 있어 외롭지만은 않다고 이 씨는 감사의 뜻을 밝혔다.
노무사와 민주노총 안산지부, 건강권네트워크, 서울반도체 노동조합, 반올림 등 든든한 지원군 덕에 아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을 위해 거대한 회사와 끝까지 싸워볼 작정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 덕에 이번 사건을 각종 언론에서 재조명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제 아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사안입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쉽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습니다. 지켜봐 주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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