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천리길' 같아…살인 충동 느껴 '피해 극심'
산재처리 무마 종용·막말 등VS회사 "사실 무관"
피해 노동자들, 집단 따돌림 지시에 A팀장 군림 '막강'

▲ 17일 청주 노동인권센터는 LG하우시스 옥산공장 내 집단 직원 따돌림에 대한 사례를 밝히고 있다./김대균 기자

[충청뉴스라인 김대균 기자] 충북지역 LG 하우시스 옥산공장 노동자들이 직장 조직 내 짧게는 수년에서 10년까지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인권노동센터는 17일 충북도청 기자회견을 열고 LG 하우시스 옥산공장 내 A팀에서 조직 내 괴롭힘과 집단 따돌림에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 6명과 총 6차례에 걸친 상담을 진행하며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17일 노동센터가 공개한 ‘피해노동자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일은 겪은 노동자들이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고 휴직한 이후에 다른 팀을 전환 배치됐다.

노동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해 왔다고 증언했다”며 “불안․대인기피․자살충동, 팀장을 죽이고 싶은 감정 등 투며 인간 취급에 존재가치에 회의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30대 초에서 후반의 젊고 짧게는 4년, 길게 14년 근무하고 회사의 이익증대에 땀흘리는 근로자들이다.

한 직원은 기자회견문 발표에서 “죽고 싶었죠” 라는 첫 마디에 울먹이는 상황에 직장 내 두려움을 딛겠다는 6명은 눈물이 터지며 그동안 아픔을 표현했다.

A씨 “노조활동이 불미스런 발단․자살 충동까지”

직장 내 집단 괴롭힘이 지속되면서 2008년 입사해 지난해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은 A(32)씨, 2013년부터 괴롭힘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자살 충동까지 왔다.

A씨는 “따돌림을 당한건 2013년부터로 2012년부터 노동지합 지침으로 리본과 노조 조끼를 착용한 게 발단이 됐다”며 “당시 부서 실장이 '리본 왜 하냐?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거 일 도 아니라'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이 후에 집단 따돌림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면 부서 A팀장이 직접 신입사원에게 인성교육을 시키면서 어울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지목해서 교육했다. 이 가운데 최우선 순위는 나였다"며 "처음엔 꼬박 꼬박 인사를 하던 사원들이 A팀장과 실장에게 교육을 받은 후에는 인사도 없고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선배들도 말을 걸지 않았고 인사를 해도 무시당하는 조직 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고 눈시울을 불혔다.

이어 “이런 직장 내 분위기는 2013년 입사 후 현재까지 팀 내 외톨이가 됐다“고 털어놨다.

A씨는 "가장 참기 어렵고 힘든 괴롭힘은 나이 어린 후배들에 폭언과 무시였다. 나를 주도적으로 괴롭힌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2~5살 어린 동생들이다. 회사 분위기상 후배가 선배에게 깍듯이 대하는 조직문화인데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받고 나서부터는 태도가 돌변했다"며 "후배들이 인사를 하지 않아 이유를 묻자 '선배 대접 받고 싶냐. 너 같은 건 선배로 인정 안 한다'고 말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폭언은 기본, 폭력까지도"

A씨는 "야식식간에 나에게 다가와 발로 차거나 욕설을 하면서 멱살을 잡기로 하고 내가 들고 있던 라면과 우유를 발로 걷어차고 담배를 빼앗아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또 '너나 잘해 새끼야, 애비 없는 놈이라 봐줬더니 , 00새끼 미친 새끼'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들어왔었다"고 폭언과 폭력까지 당해왔다.

A씨는 괴롭힘과 따돌림 외에도 잔업과 휴일근로수당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우리 회사는 잔업과 휴일근로수당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다들 해야 먹고 사는데 나는 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청부업자 고용해 팀장을 죽였으면”

2013년부터 직장 내 팀에서 근무한 B(34)씨는 “신입사원 시절 A팀장이 A씨 등 일부 사원들에 대한 나쁜 설명에 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이들을 나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B사원의 경우 노동조합 지침을 잘 따르는 선배였다“고 전했다.

B씨는 "소속 팀은 신입사원에 대한 통제가 너무 심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나에 대한 따돌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6년인데 어느 날 동기들에게 ‘A팀장이 지나치게 동기 모임에 개입하고 지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며 "이후 A팀장을 따르는 사원들이 나에게 찾아와 막말과 반말로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찾아온 사원들은 B 씨보다 3~5살 어렸고 그 전까지는 형이라 부르며 친한 사이로 지내왔다.

"산재 은폐까지 일삼았다“

피해자라 칭하는 C(36)씨는 “소속 팀의 산재 은혜는 심각한 상황이다. 자신도 왼쪽 검지를 베어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당시 실장은 ‘문에 찧어 다친 걸로 하자, 산재하면 너한데만 불이익 간다’며 압력했다. 입사 2년차로 큰 두려움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다친 걸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C 씨가 집단 괴롭힘의 발단은 2012년. 노동조합 산업안전차장을 맡으면서다. C씨는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와 A팀장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2012년 3~4월경 팀 내 배전반에서 화재가 발생해 회사 안전관리팀에 조치를 취하라 요청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반장들이 심하게 질책했는데 '노조 앞잡이냐', '왜 팀에 안 좋게 하느냐'고 몰아 붙였다. 난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죄인처럼 몰아붙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두통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2012년 입사한 D(31)씨도 A팀장에게 특정 사원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자 역시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부서 회식 참석 소식도 듣지 못한 회식도 있었다”며 “연장근로 배치에도 다른 직원들이 근무하며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부분에도 적은 임금을 가져갈 밖에 없었다”고 탄식했다.

집단 따돌림에 중심 선상의 A팀장

청주 피해노동자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A팀장에게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해당 팀에 조직문화 특성에 대해 'A팀장을 떠받들거나 두려워하는 조직 분위기 조성',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에 매우 적대적임', '감시와 통제가 심하고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에 극심함'이라 분석했다.

이들은 “LG가 표방하는 인간존중, 정도경영의 기업 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회사 경영진이 괴롭힘과 따돌림에 지탄받는 팀장을 비호하고 비인간적인 조직문화를 눈감아 온 의혹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LG 그룹은 LG하우시스 내 괴롭힘·따돌림 실태조사와 근절 대책을 세워라. 가해 책임자들을 엄중 조치하고 피해자들의 심리적·사회적 원상회복을 위해 즉시 필요조치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LG는 결코 꿈꾸던 직장 아니었다. 신입사원시절 누구누구와는 어울려서는 안 된다 교육을 받아왔으며 사내 고교동문 모임도 못나가게 했다. ‘노조선거에 누구를 찍는지 투표용지에 점찍어 찾아낸다’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더불어 “따돌림을 당한 후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지난해 ‘호이스트에 목을 매 죽고 싶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19일 번개탄을 구입해 차량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친구가 경찰에 신고해 살아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국방위원으로써 병영내 강력사건 조사 참여시 봤던 사건 진상과 흡사하다”며 “계열사 차원에서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룹 본사와 대화 시도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LG하우시스 방조는 사실과 무관하다"

같은 날 오후 LG하우시스 측도 반박 기자회견으로 해명했다.

입장문에는 “팀장, 실장, 반장들의 주도로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며 회사는 이를 방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상훈 LG하우시스 HR담당 부문장은 “회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우식 총무팀장은 “지난 1월 폭행사건은 안전수칙 위반과 관련된 사원간 다툼이었고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한 징계가 아니라고 판정 받았다. 올해초 자살한 직원은 회사측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부인했다.

이어 “팀에 근로환경이 힘들어 구성원들의 이탈이 많은 편이며 조직문화의 문제는 아니다”며 “팀장은 오랜기간 이 분야에 많은 경험을 인정받아 승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일부 회사의 잘못도 인정한다. 다만 표현의 방식 차이는 있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안정된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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