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6일째인 지난달 21일 동의성단원병원 영안실.

차디찬 바다에서 건져낸 단원고 학생들의 시신이 안치된 이곳은 적막감이 흘렀다.

아직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컸기 때문일까!

곡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는 유가족도 조문객도,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짓눌려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없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아들을 앞세운 엄마 앞에서 그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고, 다만 부둥켜안은 채 흐느낄 뿐이었다.

기자 신분이 아닌 초등학교 동창생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러 간 조문객이었기에 애당초 카메라는 준비도 안했지만 직업병이 무서운지라 기자수첩과 펜 한 자루를 주머니에 챙겼다. 

그러나 얼마나 슬프고, 괴로울지 짐작도 못할 친구의 표정과 마주한 후 어설픈 위로 몇 마디를 남기고 손에 잡은 건 정작 소주잔이었다.

특종을 잡기위해 슬픔이 가득한 팽목항을 승냥이 떼처럼 돌아다녔을 수많은 기자들에 대한 동업자정신도 곧 나지막한 욕설로 바뀌었다.     

이 세상 어느 죽음이 슬프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슬픔을 넘어 절망과 허탈, 분노를 안겨줬다.

승객들은 사지에 몰아넣고, 혼자만 살길을 찾아 나선 선장과 승무원들, 생사의 기로가 달린 골든타임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날려버린 해경, 그리고 제대로 된 국가조직이 범할 수 없을 것 같은 탑승자, 사망자, 구조자의 엉터리 계산 등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센스였다.

이어 터진 세모그룹 출신이자 구원파 신자로 밝혀진 해경정보수사국장 경질, 해경과 유착설이 나돈 구난업체 언딘, 민감 잠수부와의 갈등과 사망 등 셀 수도 없는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이 나라가 어떻게 여태껏 유지됐지?”하는 혼란과 자괴감에 빠져야만 했다.

여기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문제를 바로잡아야할 언론마저도 미친년 널뛰듯 특종 경쟁에 휘말려 중심을 잃다보니 세월호 침몰과 함께 대한민국도 함께 수장된 형국이 되고 말았다.

사고 발생 23일 지난 8일 현재도 가슴 답답한 이야기만 계속 되풀이되고 있을 뿐 희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암흑 공간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곁에서 바라보는 국민도 이처럼 큰 충격을 받았는데 희생자 유가족들이 겪고 있을 슬픔과 고통을 생각하면 온 정신이 아득할 뿐이다.

이처럼 답답한 시기에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을 친구로부터 뜻하지 않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화장터에 아들을 안장시킨 후 아직도 시신을 못 찾고 바다 앞에서 가슴을 태우고 있는 학부모들을 돕기 위해 억장이 무너지도록 아들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던 팽목항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체이탈화법의 대통령이나 몰상식했던 장관들, 처음부터 끝까지 의혹투성이인 해경이 앗아간 희망을, 싸가지 없는 로열패밀리 자제가 정서가 미개한 국민이라고 지적한 내 친구가 다시금 찾아준 것이다.

아마도 이 문자가 없었으면 이글의 끝부분도 이 몹쓸 나라를 성토하는데 할애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찾았기에 큰 생채기만 더하는 비난은 그만 두려한다.

이제는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희망을 찾아줄 차례다.

방법은 잘못을 엄중하게 따져 단죄할 수도 있고, 국가개조를 위해 일대 개혁을 일으키는 것도 좋다.

지금 이 독한 마음으로 온 국민이 뜻을 모은다면 앞으로 제2의 세월호 사건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꽃다운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죄하자.

그리고 새롭고 안전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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