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산공업고등학교 최민주 교사

최민주 교사는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어른이 돼서 영어에 돈 쓰지 말고 지금 가르쳐 줄 때 열심히 배우라”고 선생님다운 당부를 했다.
최민주 교사는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어른이 돼서 영어에 돈 쓰지 말고 지금 가르쳐 줄 때 열심히 배우라”고 선생님다운 당부를 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서산공업고등학교 최민주 교사는 “이제는 제자들에게 진실을 이야기 할 때가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새내기 교사인 걸 학생들이 알면 혹시라도 깐 보일까봐 교사 경력을 살짝 부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개월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웃고 울며,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선생님은 오랜 경력이나 대단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영어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에 열심이었던 자신의 학창시절과 처음 부임한 학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정밀기계과 1학년 1반 학생들과 최민주 교사는 서로에게 깐부가 됐다.
정밀기계과 1학년 1반 학생들과 최민주 교사는 서로에게 깐부가 됐다.

“공업고등학교 특성상 공부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 많더군요. 그렇다보니 학교생활은 자연적으로 무기력해지고. 특히 중학교 3년 내내 코로나를 겪은 1학년 아이들은 적응하는데 더 힘들어 했어요”

이때 최 교사가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 게임. 공부만 할 줄 알 것 같았던 담임선생님의 깜짝 놀랄만한 준 전문가급 실력에 학생들은 경악했고, 이 덕에 교사와 학생이 아닌 같은 편(?)을 먹을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

최 교사는 이후 아이들의 말이라면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고 관심을 가졌고, 이런 모습을 본 아이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매가리 없던 교실에는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PC방과 노래방도 함께 가고, 스티커 사진도 찍을 정도로 친해지면서 정밀기계과 1학년 1반 교실에는 서로에 대한 비판이 사라졌다.

서로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된 탓이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요즘 교육 현실에서 이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도 대단하지만 최 교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선생님이나 스승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떠나 같은 시대를 조금 먼저 살고 있는 인생 선배로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제자들이 귀중한 십대를 하루살이처럼 살지 않도록 그리고 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함께 찾아나갈 심산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한다지만 저는 올챙이 적 마음을 잊지 않고 꼭 기억하려 합니다. 저의 잘못이나 미비함을 보고도 저를 판단하지 않고 제가 돋보이는 부분을 키울 수 있게 응원해준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저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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