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명맥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17일 만난 조행섭 화가는 서산을 비롯한 지역에 전시공간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했다.
17일 만난 조행섭 화가는 서산을 비롯한 지역에 전시공간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조행섭 화백은 화가로서 두 번의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젊은 시절 교직에서 명퇴한 것과 20년 전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이란 무게와 평생을 서울 토박이로 살아 온 그에게는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등을 떠미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멈출 수 없는 열정이었다.

“적당히 했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작품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아이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혈기왕성한 때라 좋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넘쳤죠”

그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한국화 운동이 일어나며 화단에는 많은 변화와 고민이 있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평생을 붓과 함께 해왔다. 

작품명 ‘회상’ 91x50cm / 한지, 먹, 채색 / 2022년
작품명 ‘회상’ 91x50cm / 한지, 먹, 채색 / 2022년

붓이 손에 익은 후부터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만큼의 관록이 붙은 후에는 모든 것을 달관한 그림을 위해 시간을 쓰다 보니 딴 짓을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그의 작품에는 허름한 농촌의 가옥들이 등장한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듯 한 세월의 무게도 정성어린 붓질로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 조 화백이 가진 매력이다.

10여년 만에 서산의 서해미술관(관장 정태궁)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는 조 화백은 인생작을 묻는 질문에 잠깐 미소를 보였다.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를 가진 먹의 번짐과 채색의 소박함이 모든 작품에 녹아 있는 탓이다.

“전통미술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라면 막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림 속의 허름한 집들이 그림을 통해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듯 한국화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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