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길”

▲ 박만진 시인은 “마음이 무겁다거나 가볍다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좋은 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2일 만난 박만진(75) 시인은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문화와 예술의 맏형 노릇을 해온 인물이다. 열정을 밑불로 삼아 한약 달이듯 평생 시를 써온 것도 대단하지만 다른 분야에서의 활약도 빼어났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영화사에서 근무하면서 연극 단역을 맡은 인연으로 90년대 초 불모지나 다름없던 서산에 극단 둥지를 창단한 것도 그였다.

박 시인은 “시를 쓴다는 것이 사치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철없던 학창시절이야 문예반 반장을 하며 좋아하는 시를 쓸 수 있었지만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성인이 되어서는 삶의 무게가 시를 향한 열정보다 훨씬 막중했다.

그러나 삶의 무게도 어쩌지 못한 것이 시를 써야하는 운명. 마음속에 견고한 똬리를 튼 문학에 대한 사랑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박 시인은 길을 돌고 돌아 지난 1987년 ‘심상’을 통해 등단했다. 

▲ 충남문학대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시창작대상, 충남시인협회상본상 등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박만진 시인은 현재 서산시인회와 충남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한국시낭송가협회 자문위원. 윤곤강문학기념사업회 고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후 발표한 ▲접목을 생각하며 ▲오이가 예쁘다 ▲붉은 삼각형 ▲단풍잎 우표 등 10여권의 시집은 어둠 속 사물을 비추는 빛처럼 생명감이 넘치는 청아한 서정시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원로시인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된 박만진 시인은 ‘마음의 저울’을 최고의 애송시로 선택했다.

아마 오랜 세월 좋은 시를 쓰느라 고생한 자신은 물론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줄 심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 시인은 “마음이 무겁다거나 가볍다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좋은 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음의 저울

애초부터 마음에 무게가 없으니
마음의 저울이 있을 리 만무하지

희로애락은 다 마음에서 비롯되니
몸의 저울에 덧셈을 할 수가 없지

그러나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고
새털처럼 사뭇 가벼울 때가 있지

저 소나무 한 그루 바늘잎들이
허공을 가득 움켜쥔 욕심을 보아!

대나무 숲도 아닌 창창한 세월을
초침이 잘고 잘게 시간을 쪼개지

못내 가슴앓이 하는 어리보기 사랑을
마음의 저울이 없어 그대 알지 못하나

비에 젖은 구름이 무거운 것처럼
슬픔에 젖은 마음이 무거울 뿐이지

이제 바닷가 어느 소년의 풍선이듯
안녕, 안녕, 슬픔의 끈을 놓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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