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충청남도 이남례 한복 명장 

▲ 30년 넘는 세월을 한복과 함께 해온 이남례 씨는 충청남도 한복 명장과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이수자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으로도 손가락 안에 드는 한복가로 인정받고 있다. 전통 한복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서산지역의 명소인 해미읍성에서 전통한복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전시회를 꿈꾸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10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남례(64) 명장은 한복 저고리 같은 고운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그러나 어딘가 씁쓸함이 묻어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대화 내용은 꽤 묵직했다. 

30년 넘는 세월을 한복 만들기에 매진한 그는 지난해 충청남도 명장으로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주변 세상사는 그리 녹록치 않다.

한복에 대한 무관심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탓에 그렇다 치지만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중국의 억지는 한복을 애지중지 여기는 이 명장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동북공정을 내세운 중국이 이렇게 집요하고, 조직적으로 한복을 자신들의 문화라 우길 줄은 몰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의 이런 억지에 대해 분개하고, 한복을 지키기 위해 나서준 것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탓에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 명장은 현재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우리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이 학술적인 부분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공(?)을 들여 빼앗으려하는 한복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아예 손을 놓은 것도 모자라 도리어 후퇴를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치나 태권도 등은 나름 선전하며 튼튼한 방어벽을 쌓아가고 있는데 반해 몇 년 사이 중국식 한복이 활개치고 있는 현실에 몇 번이나 억장이 무너졌지만 이 명장은 그래도 꼿꼿한 모양새다.

한복을 직접 바느질해 만들던 한복가들은 사라지고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한복이 대세가 된 마당이지만 그래도 정통성을 지켜보겠다며 한복 독립군을 자처한 탓이다.     

▲ 자신의 작품을 입고 포즈를 취한 이남례 명장. 이 명장은 전통한복의 정수는 기품 있는 멋스러움으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화려함에 치우친 중국식의 복장과는 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명장은 한복을 비롯한 고유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려서부터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고, 제대로 알아야 화려하기만 한 중국식 복장을 한복으로 착각하고, 자랑스럽게 입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개심사에서 3번째 한복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아주는 사람도 별반 없고, 돈도 안 되는 행사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통한복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오히려 힘을 북돋는다. 

한복을 지키기 위해 명장이라는 자존심도 잠시 내려놓은 그는 얼마 전 보자기 공예를 배웠다. 한복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이 명장의 선택이다.

인터뷰 내내 열변을 토한 이남례 명장은 끝마무리도 믿음직하게 씩씩했다.

“한복도 요즘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저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리 세대가 흘러도 한복이 한복임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기품은 지켜야한다는 것이 소신입니다. 사람들의 옷장에 중요한 날 자랑스럽게 입을 수 있는 전통 한복이 한 벌씩은 걸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최근 들어 전통 한복을 짓는 한복가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에서 이남례 명장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멋스러움을 간직한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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