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 닮은 능쟁이의 생명력에 반하다

▲ ‘삶 20-3’(33.6X51.6cm, 종이에 수묵담채) 권오철 화가의 능쟁이 작품은 삶이란 이름으로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다. 격렬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능쟁이는 늘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소재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오래 전 우연히 갯벌을 찾은 20살의 한 미술학도가 분주히 움직이는 능쟁이에 반했다. 강렬했던 첫인상은 그대로 마음에 각인돼 머리가 하얀 노화가가 된 지금도 그의 캔버스에서는 능쟁이가 꿈틀거린다. 지난 23일 만난 태안미술협회 권오철 지부장의 옛이야기다.

평생을 능쟁이 화가란 별명으로 살아온 권 지부장은 당연하다는 듯 인생작으로 능쟁이를 담은 작품들은 선택했다. 지금껏 삶이란 제목으로 그린 능쟁이 그림이 수십 점에 이른다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 ‘삶 19-4’(31.0X69.0cm, 종이에 수묵담채) 권오철 화가의 능쟁이는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면서도 같은 것이 매력이다.

“갯벌을 부지런히 오고가는 능쟁이들을 보면서 사람 사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특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40년 훌쩍 넘는 세월을 함께 해왔습니다”

권 지부장이 교사로 부임해 평생을 살아온 태안이 갯벌로 유명한 지역일 걸 보면 능쟁이와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평생을 미술교사로 살아온 권 지부장은 자신을 행운아였다고 평가했다.

척박한 지역의 미술환경에서 전업화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北村一隅’(북촌일우, 종이에 수묵담채) 권오철 화가는 능쟁이와 함께 우리 고유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기와를 자주 그렸다. 하지만 요즘은 정통 기와를 접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 ‘사구의 겨울’(45X53cm, 종이에 수묵담채)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는 것이 권 화가의 매력이다.

그래서 권 지부장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자신이 지역 미술발전을 위해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에 태안의 중·고 미술교사들과 의기투합해 ‘밀물과 썰물전’을 개최해 왔고 화존, 샘골스케치 등의 미술단체 1세대로 수십 년 간을 활동해 왔다.

2017년 교단을 떠난 권 지부장은 앞으로도 지역미술계의 맏형 노릇을 계속할 생각이다. 

“요즘은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등에 밀려 정통미술이 점차 쇠락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시대에 따라가야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죠. 쉽지는 않겠지만 지역에서 정통미술의 버팀목 역할에 노력하려 합니다”

노화가의 인생작은 어쩌면 아직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가 지켜내고자 하는 지역미술 자체가 인생작이기 때문이다.

▲ 권오철 화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척박한 지역의 미술계를 지키는 맏형 노릇을 자처할 생각이다.

[화가 권오철은?]

중앙대학교 회화학과 졸업
개인 초대전 1회(2013), 한국미술협회전(충남, 서산, 태안지부전 등) 출품(1978~현재)
화촌전(1982~현재), 샘골스케치전(1995~현재), 청주공예비엔날레 FLAG ART(2019) 등 
행주미술대전, 충남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2009, 2020)
제9회 대한민국예술상 국무총리상 수상(한국장애인문화협회, 2014), 제4회 태안문화예술상 수상(태안문화원장, 2014)
(현) 한국미술협회 태안지부장, 태안문화원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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