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도 워킹맘도 아닌 여자 이야기

▲ '우울했던 그날'(116.8x91.0cm, Oil on canvas) 김은주 화가는 우연히 마주한 식탁의 시들어 가는 꽃이 자신을 비롯한 현대 여성들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가진 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29일 만난 김은주 화가는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지난 2017년 그린 ‘우울했던 그날’을 뽑았다. 어린 아이들 돌보랴 남편 뒷바라지하랴 정신이 없던 시절, 무뎌질 대로 무뎌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날카롭게 세워준 작품이기 때문이란다.

“평상시와 똑같았던 날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식탁의 시들어 가는 꽃이 지금의 내 모습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시들어 버릴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겼고, 내 이야기 더 나아가 엄마나 주부, 아내라는 여러 숙명에 둘러싸인 이 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죠”

▲ '너와 나의 자화상1 시선'(72.7x60.6cm, Oil on canvas) 김은주 화가의 단골 소재인 워킹맘은 관객들에게 이 시대의 여성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에 대해 고민의 시간을 갖게 한다.
▲ '그녀들의 수다'(145.5x97.0cm, Oil on canvas) 김은주 화가는 평범해 보이는 식탁을 통해 출퇴근도 없이 무급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여성들의 수고로움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 화가의 작품에는 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 세련된 옷매무새로 무장하고, 직장과 가정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이 모델이다.

또한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하지만 실제로는 출퇴근조차 없는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전업주부들의 한풀이를 빙자한 수다도 단골소재다.

그는 그림을 통해 겉으로는 남녀평등을 지나 여성상위시대(?)에까지 도달한 것처럼 위장한 현 시대를 마음껏 비판하려한다. 여전히 사회와 가정에서 대표로 군림하고 있는 것은 남성이고 여성은 가족에게 무급 노동을 제공하는 서비스 노동자의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화가 김은주는? 

목원대학교 회화과(서양화전공) 졸업 및 동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석사 졸업.

개인전 4회(인사아트프라자 초대전, 이공갤러리, 아트토픽, 서산예술창작촌), 부스개인전 3회(서울, 안산, 천안)

서산미술협회 회원전

초대전 및 단체전 2021 BAMA국제아트페어 등 다수 

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

현)한국미술협회서산지부장

전업주부와 워킹맘을 둘러싼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향한 외침이 붓질에 힘이 가게 한다. 그렇다고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칭하지는 않는다. 화가 김은주에겐 더 근사한 문구가 있는 탓이다.

“나 미대 나온 여자야”, 자신을 조금은 삐딱하게 쳐다보는 세상을 향한 그의 당찬 호통이 제2, 제3의 인생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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