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인터뷰]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장

▲ 이연희 의장은 최초의 여성의장이란 의미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정치판에서 여성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설 수 있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장은 초선 때가 아파트 5~6층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면 재선 의원은 한 10층쯤에서 더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했다.

반면 의원과 위원장, 의장을 거치면서 책임감은 갈수록 무거워져 항상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서산시의회 최초의 여성의장이란 한 획을 그은 장본인이지만 사실 이 의장은 ‘여성 정치인’이란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정치란 것이 남녀 성별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일 잘하는 여성의원이란 꼬리표를 떼고, 시의원 이연희로 인정받고자 부단히 노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의장은 최초의 여성의장이란 의미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 정치판에서 여성이 동일한 출발선상에 설 수 있는 첫 단추가 되길 바라고 있다.

본인 또한 더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앞으로의 시간동안 엄마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는 공감정치,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는 이연희 의장과 22일 대화를 나눴다.

▲ 이연희 의장은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서산시의회 최초로 여성의장으로 취임했다. 그 의의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서산시의회 3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선출된 데에 있어 큰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무거운 책임감도 든다. 서산시의회에서도 세간에서 흔히들 말하는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본다. 언제나 최초라는 말에는 영광이 함께하지만 많은 부담 또한 따르기 마련이다. 첫 주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면 후발 주자들 역시 그렇게 되거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차세대 여성 정치인들의 앞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바른 정치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 그동안 역대 선배 의장님들이 아빠의 마음으로 의회를 이끌어 왔다면 저는 엄마의 마음으로 의회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지역 내 갈등과 현안사항을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 여성 의장 선출을 계기로 더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활동영역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의회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의정 활동에 있어 발생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시민들과의 소통 분야에서 다소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의정활동에 담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면서 시민들의 민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비대면 소통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 예산 심의에서도 일정부분 변화가 있었다. 세입 재원은 감소한 가운데 세출 영역을 점점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효율적인 예산 활용을 위해 꼼꼼한 심의를 진행했다. 세밀한 심사를 위해 역량교육을 진행했으며 심의 중 사업현장을 수차례 방문해 엄중한 시국에서 낭비되는 혈세가 없도록 세밀한 심의를 진행했다. 집행부에 한 가지 당부하자면 이번 예산 심의 중 삭감을 통해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된 예산을 생활안정 자금이나 소상공인 대출금 등으로 편성해 중앙 정부와는 별개로 지역 상황에 맞게 사용해주길 바란다.

최근 서산시의회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수정을 촉구했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처음 제출된 전부개정안에는 광역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반영됐지만 시군구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반영되지 않았었다. 이는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추구하는 현재의 상황에 역행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충남시군의장단협의회에서는 이 내용을 포함한 전부개정안으로 수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이 아닌 집행기관에서 수행하면서 지방의회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았었다.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이 독립되어 지방의회 본연의 견제기능이 강화되고 직원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이는 사무국 직원들의 사기 증진은 물론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의 위상 강화와 역할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 코로나19로 인해 의정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지만 이연희 의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시의회의 환경정화 활동 참여 모습.

서산시의 인구증가와 일자리 창출 시책과 관련해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인구소멸지수(2020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10개 지역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바 있다. 이 중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서산시 역시 저출산으로 ‘목표 인구 20만 명’의 길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 지역에는 매년 9,000여명 이상의 재적 인원을 보유 중인 한서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산술적으로 매년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있지만, 졸업생들 대부분은 서산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역 내 정착 여건, 즉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에서는 지역 대학과 연계해 졸업생들이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지역에 안착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관련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 창업공간을 조성해 졸업생들이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인구증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1년도 서산시의회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앞서 언급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며 지방의회 의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길이 열렸다. 법령의 시행이 공포일로부터 1년 후이며 같은 법 시행령도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2022년 이후에나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전문인력 확보를 비롯한 의정활동 환경 개선을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 나가겠다. 성평등 사회 실현에도 앞장서겠다. 지난 2015년 대표발의 한 ‘서산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제정 이후 서산시는 매년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충남도가 올 4월에 발표한 성평등지수 설명회에서 서산시는 최하위 등급을 기록했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서산시가 우선적으로 움직일 필요성이 있다. 관에서 모범을 보여 이끌고 시민사회가 보고 배워 따라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겠다.

▲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감정치,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이연희 의장은 시민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차게 시작한 2020년도 어느덧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신종 감염병이 우리의 모든 소소한 일상을 앗아갔다. 더욱이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의 장마와 함께 대형 태풍들이 잇따라 상륙하며 시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렇듯 여러 악재로 지역경제가 얼어붙으며 소상공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산시의회는 이런 초유의 역경 앞에 놓인 시민들의 디딤돌이 되어 희망을 만들고 시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성심을 다하겠다. 코로나19가 종식될 2021년은 한 걸음 더 시민에게 다가가 더 큰 시민행복을 실현하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서산시의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충청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