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동자가 또 죽었다. 이번에는 추락에 따른 익사다.

그런데 장소가 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다.

추락사에 익사까지 이건 개미지옥 3종 세트도 아니고 해도 너무하다.

지난해 연말 연달아 3건의 안전사고가 터지면서 한국서부발전의 안전 불감증이 세상의 호된 뭇매를 맞았다.

서부발전은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번지르르한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29살 청년이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옴으로써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서부발전도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석탄가스복합화력발전시설이란 상징성과 연이은 사고 탓에 안전사고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독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안전사고, 그것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측이 입는 피해도 상당해 이 읍소가 모두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에 신경 쓴다고 강변한들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죽어나자빠지는 이상,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결론은 다른 현장보다 노동자들의 안전에 신경을 덜 쓰고, 그나마 형식적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공기업인 서부발전의 안전의식은 지역의 사기업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6월 17일 발생한 추락 부상사고도 작업자 신체와 연결할 수 있는 간단한 안전장치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고, 실제로 인근의 사기업 현장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현장 근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안타까운 인명사고도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정장치나 물 위에서의 작업 특성상 구명조끼라도 입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 라는 것이 노동자들의 절규다.

노동자의 생명이 보상으로 매듭지어저서는 안된다. 앞서 진실한 슬픔과 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 노동현장에서는 그런 감정이 사치로 여겨질 뿐이다.

서부발전을 비롯한 현장의 관계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하는 위험한 일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 것인지.....

공사현장에서 다치거나 죽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생각해 왔다.

목숨 값은 공사현장이나 사무실이나 다 똑같다. 안전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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