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화 한통을 받았다. 해미에 사는 촌부(村夫)라고 밝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향사람이라 지역 주민의 뜻을 잘 헤아릴 줄 알았는데 배신감을 느낀다”며 대뜸 이완섭 시장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지난 11일 이완섭 시장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찾아가 서산시의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해미비행장 민항기 취항을 건의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 반 귀머거리가 된 것도 억울한데 거기다 데고 또 무슨 비행기를 들여온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내내 이어졌고, “어르신 생전에 민항기가 들어오기는 어렵다”는 상당히 버릇없는 대답을 듣고서야 그 노인은 전화기를 내려놨다.

사실 해미공군비행장 민항기 취항 추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행장이 들어서고 나서부터 서산시장은 물론 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마냥 때가되면 들고 나왔으니 현 시장에게만 뭐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분명 있다. 정치인들은 지역발전을 위한 민항기 취항만을 내세웠지 수십 년 동안 전투기 소음에 시달려온 비행장 인근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에는 극히 인색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도 한 도지사 후보는 민항기 취항에 따른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했을 뿐 현재 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나 취항에 따른 추가 피해에 대해서는 별반 대책이 없었다.(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서산시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소음피해와 관련해 시는 “사항이 국가적인, 그것도 국방과 관련된 일이라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대답을 수년간 우려먹어왔다.

실제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 소음피해 해결에 서산시의 역할이 미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항기 취항은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음피해와 관련한 보상 문제가 수년간 천신만고의 과정을 겪은 끝에 겨우 1차 소송을 끝내고, 2차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민항기 운운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 말이라도 꺼내놔야 10-20년 안에 이뤄질까말까 한 큰 사안인 만큼 서산시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주민과의 소통이 먼저다.

“생전에 민항기가 들어오기는 어렵다”고 대답해 놨으니 행여 밀양 송전탑 할머니 마냥 그 어르신이 발가벗고 활주로에 누워 “나 잡아가라”고 외치는 모습은 절대 상상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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