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방관식

 

탄핵은 결정이 났지만 정국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을 비롯해 이 땅의 정치인들은 국민이 기대했던 세련된 모습과는 한참 동떨어진 볼썽사나운 모양새로 이번에도 여지없이 큰 실망을 안겨줬다.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다수 국민 의견에도 불구 대통령은 불만이 가득 담긴 투정을, 그것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내뱉고는 사저에 숨어 버렸다.

파면을 당한 대통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상상 못할 큰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기 전에 대통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올바른 대통령의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만을 지키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국민에 대한 도리를 저버리기는 여야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기보다는 대통령 탄핵의 여파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며 상대방을 생채기 내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했던 기존의 여권 정치인들은 사정에 따라 배를 나눠 타고,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 속에 국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남인가!’하며 태극기를 들고 방패막이로 나선 정치인이나 안면 싹 바꾸고 욕하기 바쁜 정치인이나 모두 자신의 정치적인 생존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물 만난 야권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 당한 수모를 되갚기라도 하듯 연일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상대방을 몰락시키기 위한 비난만 있을 뿐 진정 국민이 원하는 대한민국을 위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면서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인간들을 일컬어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 표현하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나라의 정치인들을 이리 생각하고 있는지 본인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탄핵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며 큰 위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시위소찬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싸움질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발전을 위해 생산적으로 싸워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갓 끈 떨어진 대통령은 검찰에 맡기고, 국민을 중심에 두고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밥값을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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