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애송시] 송낙인 시인 ‘매미, 허물을 벗다’
“올바른 세상 만드는 데 도움 되고 싶어”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송낙인 시인은 34년이란 세월을 사건·사고 현장에서 보낸 베테랑 형사 출신이다.
직업 특성상 험하고 거친 일과 자주 접해야만 했던 터라 많은 생채기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노 시인의 마음 결은 매끈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시를 접했는데 어쩌다 보니 평생 함께하게 됐습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시를 쓰는 것이 큰 위안이 됐습니다.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도 시를 쓰는 수고로움은 큰 행복입니다”
지난 1995년 수필(한맥문학)로 먼저 등단한 송 시인은 정년을 2년 앞둔 2001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후 5권의 시집을 발간하며 왕성한 시작을 이어가는 중이다.
송 시인의 시에는 힘이 있다. 많은 시인이 서정을 노래할 때 그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린 세상을 향해 묵직한 일갈을 날린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전반이 발전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혼란스러워졌고, 부정과 부패가 겉모습을 바꿔 활개를 치고 있기도 합니다. 철 지난 직업병이라 할까요.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세상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송 시인이 들려준 ‘매미, 허물을 벗다’란 작품도 욕심 없이 목청껏 노래하다 삶을 마감하는 매미를 통해 부정, 부패와 권모술수가 만연한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자나 한때의 달콤함에 빠져 그릇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쉬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심산이다.
목청껏 우는 매미처럼 여생을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시를 쓰고 싶다는 노 시인의 열정이 늦여름의 무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매미, 허물을 벗다
짧은 생애 진동을 이용
사랑의 세레나데를 실컷 부른다
메뚜기와 귀뚜라미는 마찰로 소리를 낸다
세레나데 부르는 동안
문文 청淸 염廉 검檢 신信
5덕의 익선관으로 존재했다
살 떨리고 치 떨리는 동물의 왕국 같아
차라리 눈 감고 귀 막고 싶은 세상이다
삶이란 떨리는 거라고 목청껏 노래 한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목 놓아 사랑노래 부르면서
꿈결같이 잠시 머물다 가는 생
사는 동안 꾀주머니 뱃속에 차고
들쥐처럼 살 걸 그랬나
거미줄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모습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매미의 허물
땅속 생활하다 우화하여
청빈하게 살고파 세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