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은 기나긴 세월 동안 수많은 문화재를 이 땅에서 약탈해 갔다. 그 중에는 키 50.5cm의 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도 포함돼 있다.

복장유물의 발원문 기록에 따르면 고려말기인 1330년 부석사(충남 서산시)에서 제작했으나 그 후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일본 땅으로 건너갔다.

학계와 불교계는 관세음보살좌상을 왜구들이 약탈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본 곳곳에 산재한 우리 문화재의 서글픈 처지와 비슷하다.

그런데 얄궂은 신은 이 관세음보살좌상의 운명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650여년 만에 이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든 것이다.

돌아오는 과정도 갈 때만큼이나 파란만장해 한국인 절도범들에 의해 밀반입 돼 불법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가 천만다행으로 우리 수중에 들어오게 됐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도적질에 의해(두 번째는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바다를 건너야했던 기구한 팔자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관세음보살좌상의 기구한 팔자가 고국 땅에서도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일본은 이 관세음보살좌상이 도난당한 것이라 하여 반환해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성적인 대응책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전제아래 일본이 큰 소리 칠 때마다 움찔움찔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국민정서상 절대 돌려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올해가 한일협정 50주년인 만큼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관세음보살좌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종종 눈에 띈다.

관세음보살좌상을 돌려주고 말고는 전적으로 일본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이 가슴 속 깊이 과거를 뉘우치고, 한일관계개선에 대한 진정어린 의지가 있다면 반환에 대해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태도는 어떤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국 영토인 독도를 대한민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해 놓고, 아주 몹쓸 나라로 교육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등 숱한 잘못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우경화된 현재의 일본은 ‘사실과 다르다. 왜곡, 과장된 부분이 많다’며 아예 ‘배 째라’는 식이다.

우리 정부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한일정상회담에 관해서도 전제조건을 갖다 붙이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위안부 문제니 뭐니 쓸데없는 잔소리 말고, 대화하고 싶으면 그냥 나오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 관세음보살좌상을 일본에게 돌려주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듯싶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7일 서산시에서 일본반환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운동이 시작돼 관세음보살좌상의 기구한 운명을 끝낼 국민적인 힘을 모으고 있다.

보수와 진보, 지역감정이니 이런 것들을 떠나 이 땅 대부분의 부모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맞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충남 서산시 부석면이 고향인 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도 우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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