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4-H연합회장  신기민

신기민 청양군4-H연합회장

 ‘우리 충청은행 앞에서 만날까’ 지금도 옛 충청은행 건물이나 지점을 알고 있는 분들은 이렇게 말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1998년 IMF 구제금융 사태로 인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충청은행은 지역민들에게 친근한 이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 앞에서 약속 장소를 잡았을 만큼 충청은행은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1968년 설립돼 30년 동안 충청권 굴지의 은행으로 지역기업과 지역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충청은행이 사라진 이후, 많은 지역민들은 꾸준히 충청권 지방은행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설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 왔다.

지역경제 선순환의 생태계 마련과 지역금융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고용안정과 지역금융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도 충청권 지방은행이 설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와 강원도 뿐이다. 2019년 기준 자료를 보면 충남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14조 6천억원으로 비수도권 2위 수준이지만 역외유출은 23조 5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국순위 1위에 해당하는 경제지표로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역외유출의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지역자금이 지역에서 선순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금융 양극화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는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자문, 토론회 등을 여러차례 거쳤으며,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도 한목소리를 내며 힘을 더해왔다. 지방은행 설립은 지자체와 지역기업들의 요구만이 아니라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충청권 4개 시·도에 살고 있는 만 19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는 58.4%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을 했다. 

과거 충청은행이 있었던 시대와 지금의 금융산업 환경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때문에 재편되고 있는 금융산업구조에 발맞춰 지방은행도 그에 부합하는 성격을 지녀야 할 것이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형태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토론회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하겠지만, 인터넷 기반의 복합형태 은행과 공공기관을 활용하는 본점과 지점의 효율적 배치 등을 다각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행의 참여 주체 또한 금융플랫폼 사업자를 포함한 빅테크와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 지역 중소기업과 주식공모를 통한 도민참여, 시도 상공회의소 등의 다양한 참여를 통해 진정한 지방은행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지속적인 논란이 되었던 국회의사당 세종시 분원설치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충청은 정치와 행정의 상징이자 중심으로 국토균형발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굳건하게 맡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은행 설립은 시대적 요구이자 균형발전이라는 틀에도 부합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전국이 광역경제권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에 대한 논의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지역경제를 탄탄하게 만드는 주춧돌이자 디딤돌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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