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또래상담 프로그램 효과 톡톡

▲ 유인화 팀장과 김성률씨는 또래상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상담자와 피상담자간의 경계가 없는 점을 꼽았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에게 속마음을 가장 잘 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때론 누군가의 말을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큰 위안을 느낀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만 가능한 ‘경청’이란 행동은 그리 실천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박주영)의 또래상담이 눈길을 끈다. 경청과 공감에 대한 훈련을 받은 청소년들이 어려움에 빠진 또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어른, 청소년 할 것 없이 고민거리가 날로 많아지고 있는 세태를 생각하면 또래상담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30일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유인화 상담팀장과 고교시절 또래상담자로 활동한 후 대학에 진학한 김성률씨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또래상담이 필요한 이유와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인화 팀장(이하 유)=또래상담이란 말 그대로 청소년의 처지와 고민을 누구보다 피부로 공감하고 있는 같은 청소년이 힘든 상황에 빠진 친구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을 돕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고민이 많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선뜻 털어놓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사결과에서도 고민상담 1순위가 친구와 동료로 나타났고,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대인관계 개선과 학교폭력예방 등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 대학1학년인 김성률씨는 또래상담자의 경험을 살려 심리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 줄 생각이다.

또래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김성률씨(이하 김)=중학교 때 악성 댓글로 인해 연예인이 자살하는 사건을 접했다. 그걸 보면서 상담사가 돼서 힘든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런 생각을 갖고 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친구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친구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다시 선생님과 의논하니 어지간한 일들은 해결이 됐다. 그때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느꼈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된 것 같다.

또래상담자로는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그리고 기억에 남는 추억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친구들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이 또래들에 비해 어리다거나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한다거나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슬럼프에 빠져 공황장애를 겪는 등 아주 다양한 문제들과 접했다.

내 문제이기도 한 탓에 잘 들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문제로 우울감이 심했던 친구들이 점차 활기찬 모습으로 변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추억이다.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 듯하다?       

유=또래상담의 가장 큰 장점은 성률군의 말처럼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전문상담사라도 끌어내기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고등학생들과 복지대상 중학생들이 만난 적이 있다. 상담이라기보다는 무심히 툭툭 던지는 대화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 통하는 대화상대를 만난 중학생들은 나에게도 형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또 지난 2018년 지역의 어른들과 또래상담자들이 아라메길을 걸으며 어려운 고민을 가진 청소년을 돕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것도 기억에 남는다.

▲ 유인화 팀장은 더 많은 학교가 또래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랐다. 또한 이를 위해 서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더 열심히 노력할 것도 약속했다.

그럼 또래상담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유=학교의 또래 상담반이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또래상담 교육을 받아야한다. 교육에서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만든 대화, 상담 프로그램을 배운다.

12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받고 또래상담자로 활동할 수 있다. 친구를 대상으로 한 상담은 물론 학교폭력예방캠페인, 사과데이, 사랑의 우체통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혹시 또래상담자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김=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내가 나 같지 않은 어색한 순간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사람이니 항상 착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위기와 마주칠 때마다 선생님을 만나 상담 해주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쓰레기통이 비워지듯 마음이 환해지는 걸 느꼈다. 또래상담자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도 친구들의 어려움을 꼭 해결해 주겠다는 욕심은 버렸으면 좋겠다.

▲ 올해 서령고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 켐페인. 또래상담은 학생들의 고민 상담은 물론 학교폭력예방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 학교폭력예방 켐페인에 나선 또래상담자들의 모습.

또래상담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유=서산지역 21개 초중고에서 345명의 또래상담자가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학교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질적, 양적인 면에서 더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도교사 간담회, 또래상담자교육지원, 또래상담연합회 구축 등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또 성률군 같은 선배 또래상담사들이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기회도 자주 만들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여건이 힘든 상황이지만 비대면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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