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저 멀리 보이는 너’

[충청뉴스라인 김명환 시민기자] 사람은 성실할수록 자신감을 얻게 된다. 성실할수록 태도가 안정되어 간다.

성실할수록 정신을 자각하게 된다. 성실할 때에만 자기가 엄연히 이 세상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을 갖게 된다. 가금현 시인이 그런 사람이다.

‘저 멀리 보이는 너’는 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친숙한, 어딘가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듯 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시인은 알기 쉬운 말투로 동시대를 사는 우리네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자연과 방황, 사랑과 이별 등 친숙한 주제로 읊조린 작품에서 음식을 천천히 씹듯 시를 음미하는 기쁨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을 밀면 삼월’이 다가와 있다. 계절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법! 삼월은, 봄은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제 길을 찾아 문 앞에’와 있다. 하지만 방안에 움츠려만 있는 이들은 그 봄을 맞이하고 즐길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나온 시인은 갓 세상에 태어난 아이처럼 주변 사물이 새롭기만 하다.

어느 누구의 인생에도 대수롭지 않은 날이란 없다. 시인은 행장을 꾸려 들고 새로운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마도 앞바다>, <가을에 만난 벌천포>, <동해 한섬해변>, <정선아리랑>, <봉수산휴양림 떡갈나무에 불던 바람소리>, <나제통문을 지나다>, <구름해수욕장 가는 길>, <신두리 해변에서>, <비 내리는 서울의 밤> ,<남대문 갈치조림집> 등의 시들이 그가 여행을 하면서 쓴 시들이다.

꼬불꼬불 언덕길

구불구불 언덕길 오르고 내리다 보니

정선아리랑 발상지 남면이라

아리아리 아라리오 아리아리아리랑소리가 절로 난다.

이 길 열리기 전에야 이 길 어찌 넘었을까

이 산 아래 시집온 아낙네 몇 번이나 이 산을 넘었으리

아리아리 아라리오 아리아리 아리랑 소리가 절로 난다./ <정선 아리랑>부분

발길이 정선 땅에 이르면 절로 흥이 난다. 터벅터벅……옛적에는 두메산골이었던 정선 골짜기를 걷는 사람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 사람이 김삿갓인지 가 시인인지……두 사람의 모습이 크로즈업 되기도 한다.

이번 시집에서 가 시인은 사랑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하버드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사람은 삶이 두려워서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사랑은 무엇이 두려워서 만든 것일까? 고독이다. 죽음은 죽고 나면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죽음보다 고독을 두려워한다. 사랑이 없는 삶은 죽음보다 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회를 만들어 살고 그 안에서 사랑을 나누며 산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며, 그 같은 고독감 및 공허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서로 사랑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사람이 사랑하지 않으면 종족을 유지하지 못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 또한 누군가를 사랑한다 함은 그 사람 속에 있는 진면목을 알아보는 것이다.

당신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하루는 시작된다. 시인은 호기롭게 현관문을 열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채워야 할 공간’을 비워놓고 당당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행복한 사람은 자부심이 강하며 고독을 즐기고 다른 사람과 기꺼이 어울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는 않는다. ‘한 잔 술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도서출판 작가교실, 1권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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