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소통으로 정이 넘치는 마을 만드는 성연면 이안아파트 노인회

▲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에 적극 나서며 세대 간의 소통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성연면 이안아파트 노인회원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못하다. 급작스레 다가온 준비 없는 여생은 지루함을 너머 고통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런 의미에서 13일 만난 서산시 성연면 왕정2리 이안아파트 노인회원들은 모범적인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원래 아파트란 곳은 인간적이지 않은 공간, 하지만 이곳 노인회원들은 건축한지 5년밖에 안된 서먹한 아파트를 사람 사는 냄새가 그득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노인회원들의 가장 큰 무기는 꽃과 분재 등의 식물. 현재 아파트 곳곳에는 400여개가 넘는 국화화분과 70여개의 분재작품들이 완생(完生)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미 곳곳에 만개한 꽃들은 이들의 수고로움을 나타내는 증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지난 2019년 아파트 노인회원들에게 목부작 재배를 가르친 노인회 회원인 유재풍 전 교장(서산중앙고)과 회원들을 설득해 아파트 가꾸기에 나선 남춘현 노인회장이 주인공이다. 이 두 사람의 열정에 회원들이 의기투합하면서 아파트는 나날이 변모하고 있다.

▲ 이안아파트 노인회원들이 아파트에 전시한 꽃들을 가꾸고 있다.

정성들여 가꾼 국화로 지난해 국화축제를 열고, 작품들은 모두 아파트에 기증했다. 또 시에서 추진하는 주민자치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입주민들도 노인회원들의 활동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응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이었던 것이 언제부터 인가 아파트 사람 모두의 일이 된 것이다.

노인회원들이 이룬 가장 큰 변화는 세대 간의 소통.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꽃을 가꾸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노인이 어울리는 모습을 본 부모들도 “수고하신다”며 머쓱하게 대화에 끼어들면서 자연스레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됐다.

노인회원들에게는 꿈도 생겼다. 아파트를 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국화가 피면 또 오라는 노인들의 환한 웃음, 이 웃음이 희망이자 보증수표였다.

▲ 남춘현 노인회장은 받기만하는 노인이 아닌 함께하는 노인이 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했다.

  [인터뷰] 남춘현 노인회장

“받기만하는 노인이 아닌 함께하는 노인이 되겠습니다”  
 
남춘현 회장은 아파트 가꾸기에 노인회원들이 참여하면서 우울감도 떨쳐버리고,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했다. 또한 나날이 화사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입주민들과 지역의 학교에서 안 쓰는 화분을 십시일반 보태는 등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며 감사하다는 마음을 나타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나이 먹고 왜 고생스럽게 이런 일을 해야 하느냐?”는 회원들의 불만과 “수도를 많이 쓰면 관리비가 인상 되는 것 아니냐?”는 입주민들의 걱정 등 처음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도 부녀회도 노인회원들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이다.

▲ 이안아파트 노인회원들이 아파트에 전시한 꽃들을 가꾸고 있다.

노인회원들은 1년 내내 꽃이 가득한 아파트를 만들어 볼 심산이다. 4월에는 페튜니아, 6월은 메리골드, 7월은 사루비아, 가을에는 국화 등 만만의 계획도 세워 논 상태다.

남 회장은 2년 넘게 각종 식물 재배에 노력하다보니 이제는 준 전문가 수준에까지 이르러 앞으로 선보일 결과물들은 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받기만하는 노인이 아닌 함께하는 노인이 되는 것이 우리 노인회의 최종 목표입니다. 젊은 입주민들을 도와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동안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성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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