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대와 신세대, 원주민과 이주민 연결하는 성연면 캘리교실 자원봉사자들

▲ 지난 17일 성연면주민자치위원회 캘리교실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사진 왼쪽부터 김순희, 구희숙, 정필효, 김종길 면장, 가숙진 작가, 이영숙 회원) 김종길 면장은 “캘리 강사인 가숙진 작가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도담도담 성연 출산축하 선물꾸러미 사업이 지역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것은 물론 외부에까지 알려지게 됐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재능으로 타인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는 것은 본인도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17일 만난 서산시 성연면주민자치위원회 캘리그라피교실 자원봉사자들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지난 201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이곳은 다른 캘리교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예쁜 글씨를 쓰고 싶다던가, 급한 성격을 조금 차분하게 바꿔보려던가, 단순한 취미활동이던가 제 각각의 평범한 사연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주민자치위원회의 출산장려시책인  ‘도담도담 성연 출산축하 선물꾸러미’ 사업에 캘리교실이 발을 들여 놓으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 성연면주민자치위원회 캘리그라피교실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 선물하고 있는 액자. 하나하나가 캘리 작품으로 원주민과 이주민, 구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성연면에 주소를 두고 출생신고를 하는 모든 신생아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주기 시작했는데 아기 이름을 담은 액자와 축하카드가 산모와 가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 어깨도 으쓱해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책임감까지 생겼다고 한다.

여건상 수업을 받는 20여명의 수강생이 자원봉사에 다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가숙진 강사와 김순희, 구희숙, 정필효, 이영숙씨 등이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수업이 끝나는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두 팔을 걷고 땀을 흘린 덕에 11개월 동안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시골 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 끊긴지가 너무 오래인 터라 ‘태어나 봤자 몇 명이나 태어나겠어?’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연면은 다른 지역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최근 서산테크노밸리의 조성이 끝나면서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이 계속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월평균 23.5명씩 모두 282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등 캘리 자원봉사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쳐나는 동네다.

자원봉사자들의 면모도 이채롭다. 이날 만난 5명 중 가숙진 작가를 제외한 김순희, 구희숙, 정필효, 이영숙씨는 모두 서산 토박이가 아니다. 성연면으로 이사 온지도 불과 몇 년 안 된 새내기 주민들이다.

물론 태어난 고향보다 서산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터라 모두 서산이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지만 그동안은 가족을 돌보느라 다른 곳에 한눈 팔 여력이 없었다.

▲ 5월에 출생한 아기들을 위한 이름액자와 축하 카드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자원봉사자들. 이들인 만든 이름액자에는 태어난 생년월일은 물론 시간까지 적혀있다. 또한 계절에 맞는 꽃까지 그려 넣어 산모와 가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바쁜 시간을 쪼개 재능기부에 나선 가숙진 작가와 김순희, 구희숙, 정필효, 이영숙씨를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성연면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손길과 애정이 담긴 캘리 작품들이 친구 딸의 아기에게, 혹은 딸의 친구 아기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는 걸 깨달은 후로는 자원봉사 외의 지역 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26명의 아기가 캘리 선물을 받았다. “액자 때문에 아기를 하나 더 낳아야 겠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은 탓에 이들은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이제는 구세대와 신세대를, 그리고 원주민과 이주민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요 근래 액자와 카드를 선물해 줄 아기가 조금 줄어 걱정이라는 성연면 캘리교실 자원봉사자들. 제3의 고향인 성연면에서 앞으로 이들이 펼쳐나갈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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