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네 옷 수선’ 성백자 대표 vs '제일세탁소' 엄진덕 대표

▲ 동부전통시장 쌈지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은진네 옷 수선’. 전통시장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옛것에는 어릴 적 할머니 품처럼 정겨운 냄새가 배어있다. 전통시장과 원도심도 그렇다.

우리가 할머니 곁을 훌쩍 떠나왔듯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지만 전통시장과 원도심은 언제나 그 자리다. ‘은진네 옷 수선’과 ‘제일세탁소’도 15년과 22년이란 세월의 풍파를 버텨낸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딸 이름을 따 가게 상호를 지었다는 은진네 옷 수선 성백자(66)씨는 30년 이상 재봉틀을 만져온 수선의 달인이다. 

▲ 30년 넘게 재봉틀을 만져온 성백자 씨는 수선 일을 해 아이들도 다 키웠다면서 오랜 세월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젊었을 때 단골들이 노인이 돼서 오는 경우도 있고, 지나다 들르는 손님도 있고, 각양각색이죠. 손님이 줄은 건 사실이지만 전통시장의 다른 가게들에 비하면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아쉬운 건 전통시장에 옛날처럼 좋은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그게 좀 섭섭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은진네 옷 수선이 위치한 동부전통시장은 서산시는 물론 충남도에서도 알아 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것이 화려한 때가 지나면 시들한 시절이 찾아오기 마련. 지금은 대형마트의 기세에 눌려 예전보다는 경기가 한참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옛날의 영광이 그립기는 서산시의 대표적인 원도심인 번화1~2로도 매한가지.

▲ 서산 멋쟁이들의 수많은 옷을 수선해 온 원도심의 제일세탁소. 상가지역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세탁보다는 수선일이 많은 곳이다.

한때 서산시 제일의 노른자로 불리며 명동거리란 부티(?) 나는 애칭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고 지금은 후줄근한 동네가 돼버렸다.      

양복점을 하다 이곳에 터를 잡은 제일세탁소 엄진덕(64)씨는 원도심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산증인이다. 

▲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줄어든 수입이지만 엄진덕 씨는 찾는 손님들이 있는 한 세탁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해도 아내와 제가 정신이 없을 정도로 수선의뢰가 많았습니다. 유명 여성의류점이 즐비했고, 다른 의류매장에서도 일감이 계속 들어왔죠. 하지만 지금은 저 혼자서도 일손이 남아 돌만큼 한가한 처지가 됐죠. 5~6개나 되던 세탁소도 다 사라지고 이제 동네엔 이곳만 남은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차례로 만난 성백자·엄진덕 씨에게는 공통적인 희망사항이 있었다. 바로 자신과 인연을 맺은 옷가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일감을 대주는 중요한 고객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 같지만 이들에게는 단순한 밥줄을 넘어 더 깊은 속뜻이 있다.

자신들이 이 자리를 떠나더라도 누군가는 뒤를 이어 전통시장과 원도심을 지켜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가 더 있었다. 쉽사리 지금의 터전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거창한 일이 생길 것이란 기대 따위는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전통시장과 원도심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지금의 자리를 힘이 닿는데 까지 지켜볼 심산이다.

검은 설탕물이 줄줄 흐르던 호떡과 나이에 걸려 극장에 걸린 영화 간판만 한참을 쳐다봤던 기억들. 이런 기억들이 모여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돼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동부전통시장의 성백자 씨와 원도심의 엄진덕 씨가 아직은 우리 곁에 있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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