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양군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이일순·조제순 공동대표

▲ 27일 ‘평화의소녀상’에서 만난 조제순(사진 앞쪽), 이일순 공동대표. 이들은 “평화의소녀상 건립에 함께 해준 여성단체와 건립추진위원회 회원들을 비롯한 군민 모두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소녀상이 세워진지 2달이 더 지났지만 27일 만난 청양군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이일순·조제순 공동대표의 감회는 여전한 듯 했다.
이 땅에 세워진 소녀상 치고 사연 없는 곳이 한곳이라도 있을까마는 청양의 경우는 그 부침이 더 심했다. 애당초 ‘평화의소녀상’은 이일순·조제순 공동대표가 몸담고 있는 여성단체협의회의 몫이 아니었다. 지난 2016년 건립추진위원회가 호기롭게 출발했을 당시만 해도 그들의 역할은 단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응원만 하면 족했다.

▲ 청양군의 ‘평화의소녀상’ 건립은 군민의 자부심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인식부족과 정치적 견해차이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건립추진위원회의 발목을 잡자 ‘평화의소녀상’은 기약 없이 표류했고, 이를 보다 못한 당시 이일순, 조제순 회장을 비롯한 10개 여성단체가 주축이 돼 나서게 됐다.
흔히 쓰는 말로 총대를 메면 앞날의 고생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길이지만 청양의 엄마들은 마다않고 힘든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여성단체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이라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앞서 소녀상을 건립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동상을 하나 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더 주저했죠. 하지만 우리가 해보자는 회원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이일순 공동대표)
많은 어려움을 각오하고, 덤벼들었지만 소녀상 건립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역시나 ‘돈’
빠듯한 살림살이를 아끼고 아껴 10개 여성단체가 통 크게 1천만 원이란 기금을 마련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터였다. 인구가 많고 번듯한 기업체가 즐비한 도시에서야 1~2천만 원 모금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인구 3만의 청양에서는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 청양군 ‘평화의소녀상’에는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 있다.

이런 까닭에 건립추진위원회 회원들은 어색함을 무릅쓰고 일일찻집의 성공을 위해 표를 팔고, 성금 모금 홍보를 위해 각종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이런 과정에서 소녀상을 폄하하거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소수의 시선이 상처를 줬지만 많은 군민들의 ‘수고한다’는 격려는 지쳐가는 건립추진위원회 회원들에게 둘도 없는 피로회복제가 됐다.
지난 8월 14일 고대하고 고대하던 ‘평화의소녀상’은 세워졌지만 청양 엄마들의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매년 8월 14일을 기림의 날로 지정해 소녀상을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삼는 것은 물론 회원들이 소녀상 지킴이로 나서는 등 한번 맺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 청양의 엄마들은 ‘평화의소녀상’을 세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는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할 예정이다.

“소녀상이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도록 회원들이 정성 들여 가꾸고 보전해 나갈 계획입니다. 여기에 군민과 함께하는 문화축제의 장이 되도록 힘쓸 생각입니다. 군민이 세운 ‘평화의소녀상’이니 만큼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조제순 공동대표)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17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청양. 그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뒤에 어머니가 있었듯 ‘평화의소녀상’ 곁에도 많은 엄마들이 있어 한없이 든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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