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혜진 화가 “아름다운 자연의 생명력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 전하고 싶어!”

▲ 구혜진 화가의 환한 미소에서 ‘그럼 꽃을 그리는 사람은 어떨까?’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사가 있다. ‘그럼 꽃을 그리는 사람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지난 16일 구혜진(43) 화가를 만났다. 
어느 때보다 정성을 많이 들인 5번째 개인전(아트토픽 갤러리 · 9월 1일~29일)이 코로나19라는 복병에 막혀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구 작가는 예상외로 활기찼다. 벽면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처럼 말이다.
구 작가는 꽃과 풀 같은 식물을 그림의 소재로 자주 선택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들이 품고 있는 생명력에 푹 빠져 있다.

작품명 'Life', 구 화가는 자신의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파랑새는 구 작가가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징표다.

“지곡의 제일 끄트머리 바닷가가 고향입니다. 어려서 학교에 가려면 2시간은 넉넉히 걸렸는데 길가에 펼쳐진 꽃과 풀, 나무, 벌레 등에 한눈을 팔기 일쑤였어요.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길가에 눌러 앉아 이 아이들과 놀다보면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친구들과 만난 적도 있었죠”
뭐하나 급할 것 없는 말괄량이였지만 그림을 그릴 때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 덕에, 소질을 알아본 선생님들 손에 이끌려 학창시절 내내 학교에 남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인연은 계속돼 대학에서도 미술을 전공하고, 전업화가의 삶을 살게 됐다.
물론 모든 것이 한결 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고뇌가 절정에 다다른 젊은 화가에게 어린 시절 마주했던 꽃은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 구혜진 화가가 아버지를 그리며 그린 ‘father-그곳에 머물다’, 파란 국화는 바다, 꽃잎은 파도를 나타낸다고 했다. 떠나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가 탔던 배는 닻을 내리고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젊은 화가의 작품은 점점 자극적이고, 어두워져만 갔다. 이때 인생의 지침을 돌려놓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아버지가 54세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하셨어요. 20살의 젊은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평생을 노력하셨는데 이제 살만하다 싶으니 돌아가신 거죠. 이일을 계기로 모든 게 달라졌어요. 생명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고, 그림을 대하는 태도도 180도 변했죠”
역설적이게도 아버지의 죽음은 구 화가가 잠시 잊고 있었던 존재에 대한 생명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림의 소재도 하나 더 늘었다. 바로 가족이다.
이후 구 화가의 작품 곳곳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푸른색의 국화꽃을 배경으로 젊은 시절 아버지가 탔던 어선 한척이 닻을 내리고 있는 ‘father-그곳에 머물다’란 작품에서는 10여 년 전 이별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그대로 살아 숨 쉰다.

▲작품명 'Life', 그림속에 보이는 인물들은 모두 구 화가의 가족들이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자 좋은 소재다.

“언제부터인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작품 속에 넣는 버릇이 생겼어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부적과 같은 작품을 그려보자는 욕심도 생겼고요.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그림도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그리게 됐어요”
한국미술협회 서산지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구 화가는 “10년 후 큼지막한 2층 집을 짓고, 1충에는 화실을 꾸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럼 꽃을 그리는 사람은 어떨까?’란 의문에 대한 해답이 그의 웃음 속에 들어있었다.

▲ 작품명 'Life', 아름답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 구 화가의 모든 작품에는 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가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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