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주사범대 미술교육과 임재광 교수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지난 16일 조종분갤러리(서산시 해미면 한티로18)에서 만난 임재광 교수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이미 수십 차례의 전시회(개인전·기획전) 경력을 가진 중견화가지만 이번 개인전은 조금 더 특별하기 때문이다.
“83년 처음 발령 받은 곳이 서산여중이었습니다. 그 후로 서산여고, 해미고, 서산농고에서 미술을 지도했죠. 서산은 제 청춘을 바친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서산에서의 20년 동안 임 교수가 보여준 행적은 평범한 미술선생님들과는 사뭇 달랐다.
서산시미술협회 창립 멤버로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문화예술을 위해 헌신했고, 1996년에는 대학원 논문으로 미술전문평론잡지 ‘월간미술세계’ 공모에서 미술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과감하게 미국 유학을 떠나 3년간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평론가로 이름을 알렸다.
“원래는 꿈이 글을 쓰는 거였죠. 중·고 시절에는 문학반에서 활동도 했고요. 그런데 미술과의 인연이 더 강했나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니 2가지 꿈을 다 이룬 셈입니다”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임 교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내딛은 것이다.
물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없이 대학교수와 미술계 관직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곁을 지켜준 글과 그림 덕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고 임 교수는 회상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예술 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힘든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길게 보고 작품활동에서 행복을 찾다보면 분명 보상을 받는 날이 올 겁니다”
교수와 화가,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척박한 토양의 지역문화예술계에 양분이 되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그가 아직 미술계에서는 생소한 조종분갤러리에 작품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교수는 서산을 비롯한 지역의 문화예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단과 같은 전문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관이 있어야만 예술인 단체나 행정기관이 가진 한계에서 벗어나 예술계 전반에 대한 지원이나 연구 등이 훨씬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임 교수는 앞으로는 문화, 그중에서도 미술이 선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경쟁력 있는 미술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부각하는 사례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년 후 정년퇴직하면 더 많은 시간을 작품 활동에 쏟아 부을 예정이라며 빙그레 웃는 임 교수는 현대미술 감상법을 팁으로 알려주며 인터뷰를 마쳤다.
“현대미술을 막연하게 어렵다.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해를 못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클래식 음악은 잘 몰라도 들으며 좋잖아요. 음악 듣듯이 미술도 그냥 보면 됩니다. 작품과 자주 마주하세요. 미술과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