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양군보건의료원 정형외과 이영모 과장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33년!, 청양군보건의료원 이영모(59·정형외과) 과장이 흰 가운을 입고 산 세월이다.

지난 1986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산전수전 다 겪은 이 과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의료 사각지대라 불리는 청양군에서 마지막 의사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14일 인터뷰에서 시골의사가 아닌 시골사람이 되니 환자들과 소통이 잘되더라고 했다.
무뚝뚝 할아버지부터 떼쟁이 할머니까지 하루에 만나는 환자 중 80~90%는 시골 어르신들.
초면에는 말귀가 잘 안 통하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그나마 청양군과 인접한 홍성군의료원에서 11년 동안 근무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청양군에 정형외과가 없었던 탓에 홍성의료원으로 청양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셨어요. 이때 안면을 익힌 것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환자들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의사의 치료에 너무나 고마워해하는 터라 저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의 의사는 잘해야 본전인 경우가 많다. 빠듯한 의료진과 열악한 의료시설 등 피부를 맞대며 어렵게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청양군보건의료원도 대도시는 그만두고 인근 중소도시의 병원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턱없이 모자란 현실이다. 하지만 이 과장은 그 반대로 생각하며 진료를 한다.

직접 수술을 할 수는 없지만 환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 1차적인 진단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큰 병원으로 가야할 환자들을 적기에 골라낼 수 있다면 지역에서의 역할이 대학병원 못지않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이런 경지에 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넘어서야할 산도 많다. 일단 환자들의 조급증부터 큰 문제다. 그동안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탓에 ‘빨리빨리’와 ‘성과주의’가 환자들도 모르는 사이 몸에 밴 것이다. 이 과장은 지난 3월 부임한 후 무턱대고 진통제나 영양제를 놔 달라는 환자들과 실랑이를 해야만 했다. 일순간의 편안함보다는 환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처음에는 볼멘소리를 하는 환자가 많았지만 ‘대학병원 가면 진통제 놔주던가요?’라며 환자를 다독이는 이 과장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과잉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로서 정말로 곤란하고, 답답하고, 서글픈 경우는 따로 있다.

“간혹 가다 큰 병원에서의 치료가 시급한 어르신들이 있는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그냥 여기서 약이나 달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설득하고 설득해 저나 간호사가 자식들에게 직접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 이해는 하는데 의사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죠”

이 과장은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환자들이 월요일과 장날에 몰리는데 되도록 이날을 피해 와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환자들을 분산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대화를 나누고, 세밀하게 진료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사람 좋게 웃는 이영모 과장.

분명 시골의사가 아니라 시골사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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