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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로 만든 국수를 먹는다는 것! 이 땅의 농업을 지키는 일입니다”[이슈 인터뷰] 쌀과 사랑에 빠진 (주)한면 박석린 대표
방관식 기자  |  afgm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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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3  23: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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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15년이란 긴 시간을 버텨온 박석린 대표는 쌀에 관한한 고래심줄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쌀은 오랜 세월 부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란 거대한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불과 1세기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쌀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며 고집스레 한길을 걷는 이가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만난 (주)한면 박석린(61) 대표의 얼굴에는 고집스러움이 가득했다. 지금이야 밀짚모자를 눌러쓴 농부의 모습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 한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벼농사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머나먼 타국 땅에서 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인연이었다.
“1993년에 이민 가 LA에서 살았는데 당시 쌀국수 공장이 7~8개가 될 만큼 베트남 쌀국수의 인기가 높았습니다. 국수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생각하면 고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2004년 귀국해 본격적으로 쌀국수에 도전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각은 기발했지만 당시의 여건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쌀국수에 적합한 품종(인디카종)을 구경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외국산 밀가루에 수십 년 동안 길들여진 사람들의 반응도 영 시원치 않았던 탓이다. 이때 박 대표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국내산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외국산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하고, 그것도 모자라 쌀국수까지 수입하는 현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서산시 해미면 삼송리에 위치한 공장 전경. '쌀이 미래이다'란 문구가 보인다.

주변의 우려 속에도 지난 2009년 서산시 해미면에 터를 잡고, 2년 뒤 공장을 준공했다. 농업진흥청 관계자들을 수없이 만나 쌀국수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연구·개발, 육성하게 했고,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직접 재배(해미·성연 10ha)하기 시작했다.
쌀에 대한 박 대표의 신념은 매우 확고하지만 한편 간단하다. 쌀 가격이 폭락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쌀국수용 품종을 대체 재배하고, 이 쌀로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국수를 만들자는 생각이다. 국수를 비롯한 각종 밀가루 제품을 쌀국수 등의 쌀 제품으로 대체한다면 처치 곤란인 수입산 쌀은 물론 남아도는 국내산 쌀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가루로 만드는 것은 쌀로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한우나 한돈처럼 우리 쌀로 만든 한면에 대해 조금만 더 애정을 가져 준다면 우리 농업의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 한면에서 판매하고 있는 쌀로 만든 다양한 면 제품들. 밀가루로 만드는 것은 쌀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지론이다.

15년간을 버텨온 박 대표의 고래심줄 같은 신념은 차츰 빛을 발하고 있다.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소면, 중면, 칼국수, 냉면, 파스타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CJ계절밥상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또한 경남도의 많은 학교에 급식으로 납품하는 등 쌀국수 하면 ‘한면’ 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밀가루가 50%나 들어간 무늬만 쌀국수인 기존의 제품과는 달리 순수 국내산 쌀로 만든 토종 쌀국수라는 점.
최근에는 쌀국수 생산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경사스러운 일도 생겼다. 아밀로스가 30% 대로 쌀국수 재배에 적합한 팔방미가 공공비축미로 시범 적용돼 안정적인 원료확보와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이정도면 나름 열심히 했다’하고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박 대표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쌀국수를 비롯한 쌀 제품 전문점 육성과 기존 식당들의 쌀 제품 메뉴 추가, 원활한 유통을 위한 농협의 역할 정립과 행정기관의 발상의 전환 등 쌀국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그럼에도 박 대표의 표정을 밝다. “맨 땅에서 15년도 버텼는데 앞으로야 무슨 걱정이냐?”는 자심감과 ‘쌀 소비=애국’이라는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쌀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외골수 인생. 우리가 응원해 줄만한 값어치가 분명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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