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박재언 부자, 살기 좋은 세상 만드는데 의기투합 눈길

▲ 장난감 수리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나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박정렬·박재언 부자.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갈 ‘꿈트리’의 미래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박정렬(47)·박재언(15) 부자는 일주일에 한번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난다. 이들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장난감’, 그것도 여기저기 고장이 난 녀석들이다.
지난해 12월 박정렬 씨가 서산시 녹색가게(서산YMCA회관·중앙로 24 동일빌딩 2층)의 장난감 재활용 매장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돼 일요일이면 이 부자는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장난감 수리에 여념이 없다.
7년 전 고향으로 내려온 얼마 후부터 YMCA회원으로 활동한 박 씨는 평상시 사회적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대학에서의 전자분야 전공을 살려 장난감 수리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장난감을 무척 좋아했던 재언이가 흔쾌히 응원군이 되어준 덕에 환상의 콤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무섭게 진화를 거듭하는 장난감을 수리하기 위해선 탄탄한 기술력이 필수, 아버지를 닮아 손재주가 좋은 재언이는 몇 개월 만에 수제자로 등극했다. 재언이 따라 강남 온 친구들까지 합세하면서 ‘꿈트리’라는 어엿한 봉사단체까지 결성하는 등 기세가 당당하다.

▲ 박 씨 부자의 손을 거치면 어지간히 고장이 난 장난감도 새것처럼 말끔하게 작동된다.

환경오염과 자원낭비의 주범인 버려지는 장난감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시대적 사명감(?)도 물론 있겠지만 ‘꿈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다는 것. 공학도가 장래희망인 재언이를 비롯해 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이 모인 탓에 장난감을 분해하고 수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터라 수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배워야하는 공부도 마냥 즐겁다. 공부도 하고, 소질도 키우고, 봉사도 할 수 있는,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꿈트리’에서는 조그마한 무선자동차에서부터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자동차까지 어지간한 장난감은 뚝딱 고쳐낸다. 장비와 부품 등 부족한 것이 태반이지만 협소한 장난감 재활용 매장의 작업장에서는 분해조차 엄두 못 낼, 한 덩치 하는 장난감은 집 마당의 평상에서 수리를 할 만큼 이 둘의 열정이 뜨거운 까닭에 가능한 일이다.
박정렬 씨는 수리 작업에 열심인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왔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에도 더욱 속도를 낼 생각이다. 아이들과 ‘꿈트리’를 시작했듯 협동조합도 아이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일감이 밀렸다며 좁디좁은 작업장에 자리를 잡는 박 씨 부자. 이들이 수리하는 건 장난감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었다.

[미니 인터뷰]

▲ 박정렬 씨는 아이들과 함께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박정렬 씨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세상 만들고 싶어”
꿈트리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그린드림 협동조합’이란 이름도 만들어 놨는데 자원순환과 친환경 재활용을 통해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계층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 볼 생각이다. 협동조합도 꿈트리처럼 아이들의 창의력을 많이 접목시키려고 한다. 앞으로는 지금의 장난감 수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출장수리라던가, 어린이날 재활용 장난감 창작대회, 과학캠프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소통과 상생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중학생인 재언이는 장난감을 고치면서 이 세상에는 함부로 버릴 것이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재언 군
“더 많은 친구들이 장난감 수리에 함께 했으면”
대철중학교(운산)에 다니고 있는데 친구들이 장난감을 수리하는데 함께 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어려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은 좋아했는데 이렇게 직접 내 손으로 많은 장난감을 고치게 될 줄은 상상 못했다. 아빠에게 배운 방법으로 수리를 해 장남감이 새것처럼 움직이는 걸 보면 마음이 너무나 뿌듯하다. 수리 장비도 직접 만들고, 부족한 부품도 다른 제품에서 빼다 쓰다 보니 이 세상에는 함부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배우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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