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초 야구부, 야구 떡잎 키우는 산실로 선장
졸업 선수들, 상급 학교서 맹활약 ‘이름값’  

▲ 수진초 야구부의 가장 큰 강점은 즐겁게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즐기는 야구의 매력에 빠진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뿜어낼 에너지의 크기는 상상하기 어렵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스포츠만큼 냉정한 세계는 없다. 승패에 관한한 패자가 아무리 멋지다한들 후줄근한 승자보다 못한 것이 세상인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1996년 창단한 성남시 수진초등학교(교장 김진규) 야구부는 별난 팀이다. 22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동안의 성적은 영 신통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 야구와 관련된 누구하나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운동장을 누비는 선수나 이들을 바라보는 코칭스태프와 학부모, 심지어는 학교 측도 달관한 듯 천하태평이다. 이런 분위기 덕에 이 팀에서는 성적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신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후보 선수가 없는 것도 수진초 야구부의 특별함 중 하나다.
승리를 원한다면야 조금이라도 실력이 나은 선수를 매 시합에 내보내야하겠지만 수진초는 야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2학년 선수도 경기에 출전시킨다. 
직접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달리는 짜릿함을 느끼게 하기위해서다. 이런 탓에 수진초야구부에서는 중도 탈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번 발을 담그면 끝까지 가는 뚝심! 이것이 내세울만한 성적이 없음에도 수진초가 지역야구를 대표하는 뼈대 있는 야구부로 인정받는 이유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마냥 즐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눈앞의 성적에 연연한 얄팍한 잔기술을 멀리할 뿐,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훈련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강도가 높다. 

▲ 지역사회의 성원도 수진초 야구부의 발전에 큰 힘이되고 있다. 최근 렌즈클릭(대표 이윤기)에서 고글을 선수들에게 증정해 사기를 높였다.

수진초는 지도자와 학부모, 학교가 한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던 탓에 과거부터 전해내려 오던 주먹구구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될 성 싶은 나무를 찾기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좋은 나무가 될 떡잎을 키워보자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한 졸업생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면서 각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고교 에이스로 이름을 날린 KT 김민 선수를 비롯해 올해는 KT 이선우, NC 송명기 선수 등 수진초 출신들이 하나둘씩 프로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지난 10일 매서운 추위에도 실내연습장에서는 배강희, 이강산A, 이강산B, 신동윤, 황태호, 이신혁, 김민재, 박대욱, 김권희, 김명재(6학년), 윤요한, 양해성(5학년), 이현성, 김환희, 윤영하, 양인성, 이동현(4학년), 유승주, 장희동, 황용범, 정지훈(3학년), 김준수(2학년) 선수가 야구 배트를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그라운드에 우뚝 선 이들의 이력 맨 밑에는 수진초란 이름이 자랑스럽게 적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야구를 짊어질 좋은 떡잎들을 키워낸 명문 야구부로 말이다.

[미니인터뷰] 강성훈 감독

강성훈 감독은 수진초 야구부 22년의 역사 중 11년을 책임진 산 증인으로 소통을 중요시 하는 덕장이다.

“수진초 출신 선수들이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기를” 

마흔 살에 지휘봉을 잡아 11년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으니 장수하고 있는 감독이다.(웃음) 
우리 야구부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2~3년간은 부모님들은 이해시키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어려서부터 성적을 내야 좋은 학교로 진학하고,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이 너무나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와 부모님들이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별한 지도방향 같은 것은 없다. 최대한 기본기에 충실하고, 어린 선수들인 만큼 항상 건강한 몸 관리를 강조한다. 점심시간에 전 선수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은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가르침을 잘 따라준 제자들이 중·고등학교에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다시 찾아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 수진초가 한국야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인 욕심이다.

 

만능 스포츠맨인 홍은주 회장은 공부에만 매달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꿈이 사그라지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미니인터뷰] 홍은주 학부모회장 
“아이들이 즐겁게 욕심껏 야구할 수 있도록 응원할 것” 

아들(이신혁·6)이 지난해 10월부터 야구를 시작한 덕에 올해부터 학부모회장을 맡게 됐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배드민턴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등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는 터라 아이 진로결정에 크게 고민 안했다. 개인적으로도 공부에 너무 매진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능에 맞게 적성을 찾아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운동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신혁이만 놓고 봐도 야구를 시작한 후 예의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좋아졌고, 집중력도 높아졌다. 거기에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야구부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고 있는 부모님들께 학부모회장으로서 늘 감사드리고 있다. 신혁이를 비롯해 수진초 모든 선수가 즐거운 마음으로 욕심껏 야구를 했으면 한다. 모자람이 없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

주장인 이강산 선수는 후배들이 수진초의 이름을 빛내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미니인터뷰] 이강산 주장

“중학교에서도 자랑스러운 수진초 선수임을 잊지 않을 것”

야구선수인 형(고3)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반대를 안 하고 항상 적극 응원해 주고 있어 늘 든든하다. 이승엽 선수를 좋아하는데 지금은 투타를 모두 잘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야구를 계속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인데 얼마 전에 김민 선배가 KT에 입단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얼마 후면 졸업이라 아쉽다. 후배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다. 
후배들이 선배들 보다 더 잘해 수진초의 이름을 빛내줬으면 좋겠다. 중학교에 가서도 수진초 야구부 출신으로서 최선을 다할 각오다. 그리고 꼭 훌륭한 선수가 돼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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