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역사 불구 도 대회 준우승 ‘파란’
선수 열정과 학교공동체 응원이 만든 ‘공동작품’ 

▲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서령중 야구동아리,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15일 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 한구석, 매서운 눈초리로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잡기위해 내달리는 소년들이 눈에 띈다. 
이들의 정체는 충청남도 서산시 서령중학교(교장 김영화) 야구동아리 선수들.  
요즘이야 학생들의 입맛에 따라 많은 동아리가 활약하고 있어 야구하는 모습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이들의 활약상은 좀 남다르다.
일단 서령중 야구동아리는 자율동아리다. 학교에서 미리 정해 운영하게 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동아리를 결성하고, 학교 측에 자율동아리 등록을 신청한 가장 이상적인 사례다.
평소 야구를 좋아하던 학생 몇몇이 친구와 선후배를 모아 시작한터라 이들의 출발은 미약하다 못해 초라했다. 일반 야구와 경기규칙이나 장비가 조금 다를 뿐, 필요한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이들에게는 멋진 유니폼도 제대로 된 장비도 전무했다.
그래도 이들은 마냥 좋았다고 한다. 정말 하고 싶었던 야구를,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는 물론 난관도 있었다. 
중간에 만든 동아리인 탓에 지도교사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스포츠 활동이 활발한 서령중학교인지라 체육 교사들은 이미 다른 임무를 맡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때 나타난 구세주가 현재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김제인 교사다. 
지도교사를 맡아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눈망울에 결국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렇게 만난 13명은 매일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 등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연습에 매진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이들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도리어 열악한 환경이 서로를 격려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 
그러다 때마침 서산시교육장배 스포츠클럽 리그전(7월 12~19일)이 열리면서 이들은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에 서게 됐다. 대회를 목표로 구성된 팀도 아니고, 그동안 코치도 없이 연습을 해온 터라 선수들은 물론 주변에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 시 대회 우승 후 상대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서령중 야구동아리. 이들의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서령중 야구부가 3전 전승을 거두며 서산시를 대표해 도 대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여러 사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선수들은 도 대회 준비를 위해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야 했고,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해 팀의 구색 갖추기에 나섰다. 총동창회(회장 원종성)도 학교의 명예를 높인 후배들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야구배트 10개와 야구공 40개를 지원하며 응원에 나선 것이다. 또 교사들은 매니저 역할을 자청, 수업이 끝난 선수들을 잠홍동 야구장까지 승용차 여러 대로 이동시켜 주는 등 학교공동체가 물심양면으로 지원에 나섰다.
든든한 응원군까지 생겨 사기가 높아진 서령중 야구동아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얇은 선수층과 짧은 경력 등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이들에게는 열정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 얇은 선수층과 짧은 경력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서령중 야구동아리는 지난 9월 8일 공주중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교육감배 대회에서 준우승이란 값진 결과를 일궈냈다. 누구보다 강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들은 지난 9월 8일 공주중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교육감배 대회에서 5팀과 각축을 벌인 끝에 준우승이란 값진 결과를 일궈냈다.
지난봄부터 시작된 이들의 작은 신화는 가을인 지금도 진행 중이고, 내년에는 더 큰 이야기를 기대하게한다. 우수특기 동아리 지원 신청 등을 통해 더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서령중 야구동아리. 즐기는 자들의 야구사랑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해 줄 일이다. 

[미니인터뷰] 김제인 지도교사 

 

“야구를 통해 학교생활도 더 잘하게 된 아이들이 자랑스러워”
야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간 적도 있었지만 전문적인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도교사를 맡아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이 많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나 열심히 노력해 온 걸 아는 까닭에 지도교사가 없어 대회에 출전 못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승낙하게 됐다.
변변한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연습해 이룬 결과인 터라 너무나 자랑스럽다.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하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배우는 등 몸과 마음이 한결 더 성장해가는 모습에 감동했다. 앞으로 3학년이 졸업해도 후배들이 그 뒤를 이어 멋진 야구동아리의 전통을 이어나가주길 바란다.

 

[미니인터뷰] 임현우 주장

 

“야구 사랑하는 후배들이 도 대회에서 꼭 우승하길”
초등학교 때도 야구동아리에서 활동했었는데 후배들이 야구를 함께하자고 해 동아리에 들어왔다. 다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해 훈련이 힘들어도 불평하는 친구가 한명도 없었던 것이 주장으로서 항상 고맙다. 처음에는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비들만 가지고 연습을 해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시 대회 이후 학교 선생님들과 동창회 등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고, 응원도 열심히 해주셔서 힘이 더 났다. 올해는 선수 출신인 친구들이 몇 명 있어 훈련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고, 투수역할을 맡은 친구들이 잘해줘서 도 대회까지 나가서도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에도 야구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이 동아리에 들어와 도 대회에서 우승을 해줬으면 좋겠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야구하는 후배들을 늘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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