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전국냉난방연합연구소 김천호 소장

▲ (주)전국냉난방연합연구소 김천호 소장은 제조사와 시공사의 과욕, 한전의 무관심이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전력 히트펌프 보일러 보급 지원사업 과대광고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은 (주)전국냉난방연합연구소 김천호 소장. 동종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기술인으로서 숨겨진 치부를 들어내는 일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굴지의 대기업과 공기업을 상대로 벌여야하는 힘든 싸움인 탓에 ‘왕따’는 물론 업계에서의 ‘매장’까지도 각오해야하는 상황.
그러나 김 소장은 결국 용기를 냈다. 농촌에서 땀 흘려 고생하고 있는 농민들이 영업사원의 과대선전에 속고, 엉터리 시공에 속아 피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국민청원이 첫 시작이라고 했다. 앞으로 외로운 싸움이 되겠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 13일 김천호 소장을 만나 히트펌프 보일러의 문제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몇 해 전부터 히트펌프 보일러가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보일러와는 어떻게 다른지 대략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기존 심야전기 보일러는 하부 전기 히터 방식의 직접 가열식 보일러로서 뜨거운 열기가 대류작용으로 난방이 되는 방식이다. 반면 히트펌프 보일러는 간접 가열식의 열교환 방식으로 뜨거운 열이 상부로 가고 상부의 열이 하부로 전달되지 않는다. 난방 능력 부분만 놓고 보면  기존의 심야보일러가 낫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에너지 절약 부분에서는 신기술이 적용된 히트보일러가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히트펌프 보일러의 경우도 완벽한 시공과 유지보수가 뒤따라야만 에너지 절감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히트펌프 보일러가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느냐다. 광고에서는 최대 60%로 선전하고 있는데 실제는 어떤지?
초창기 히트펌프 보일러 제조업체의 카탈로그에 에너지 절감률이 기존 대비 60%로 기재됐고, 현장 영업사원들도 60% 절감이 된다는 말로 히트펌프 보일러 설치를 권유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과대광고다. 실제로 한전이 올해 초 전국의 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30%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도 조사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어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 

▲ 13도 이상의 실내에 설치했어야 하는 실내기(빨간원)가 버젓이 실외에 설치되어 있는 모습. 이런 부실시공으로 인해 히트펌프 보일러의 열효율은 더욱 저하되고 있다. <사진 = 김천호 소장>

현재 보급되고 있는 히트펌프 보일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히트펌프 보일러에 시공되는 기존 축열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여기에 난방시공 1종 면허나 기계설비 면허를 보유한 전문 업체가 보일러를 시공해야 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보니 실내기를 실외에 설치하거나 배관설비의 불법시공, 인위적인 히터봉 설치 등 갖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히트펌프 보일러가 절대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히트펌프 보일러에 적합한 전용 축열조 시공과 전문시공기술 교육기관에서의 전문 기술자 배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히트펌프 보일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진 전문 기술자의 시공이 현장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히트펌프 보일러가 유발할 수 있는 환경오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친환경 소제 방법의 도입도 절실하다.  

▲ 히트펌프 보일러의 효율이 나오지 않자 불법으로 히터봉에 전기를 투입시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무자격 업체의 불법 시공이 만연해 있으나 이를 감독해야할 한전의 태도는 미온적이라는 것이 김천호 소장의 주장이다. <사진 = 김천호 소장>

한전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한전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는데?
기존의 심야전기 보일러를 히트펌프 보일러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문제는 한전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는 보일러 판매에만 급급하고, 시공사의  불법·부실시공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확한 감리를 통해 잘못된 점을 개선시켜야 할 한전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태도를 보이며 엉터리 시공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혈세를 낭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짓을 한전이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청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원을 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은?
과거 심야전기 보일러가 농촌지역에 많이 보급됐고 지금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난방비가 60%가 절약된다는 영업사원의 말과 한전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는 사실을 믿고, 거액을 투자해 제 구실을 못하는 히트펌프 보일러를 설치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농촌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만은 막고 싶어 국민청원까지 하게 됐다. 
제조사와 시공사, 한전 등 관련된 모든 기관들이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국민들 앞에 내놓을 때까지 열심히 싸워나갈 작정이다. 많은 관심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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