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원 

▲ 이연희 의원은 자신의 행적이 후배 여성정치인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밀알이 돼 여성정치인이란 단어가 사라지도록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서산시의회 이연희 의원은 겁 없이 덤벼들었던 초선 시절 보다 재선에 성공한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했다. 비례대표란 꼬리표를 떼고, 유권자들의 표로 의회에 입성한 만큼 배지의 무게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책임감도 몇 배로 늘었다. 이번 선거 결과 이 의원은 여성의원들의 좌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3명의 여성의원 중 2명이 비례대표인 까닭에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시선을 받는 위치에 섰다.
“당을 떠나 여성의원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이러한 성과가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시선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여성의원들의 연구모임과 여성단체와의 교류 등 다양한 실천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의원은 여성의원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여성의원이란 반쪽짜리 평가가 아닌 시의원 이연희로 인정받고자 하는 소신 때문이다. 
그래서 의정활동 기간 동안 여성의원이란 점을 강조한 적이 없다. 여성의원들이 기피하는 산업건설위원회에 들어가 힘든 길을 자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런 진심을 주변사람들이 처음부터 알아준 것은 아니다. ‘여성의원이 뭘 할 수 있겠어!’란 편견에 상처받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결국 이 의원은 모든 걸 이겨냈다.
“제가 서산시소음피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적이 있었는데 피해지역 주민들이 의회에 항의하러 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마디로 소음피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초선, 그것도 여성의원을 위원장을 시켰냐는 것이 요지였죠”
정치인도 사람인 이상 섭섭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수십 년 째 소음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아픔을 잘 알고 있던 이 의원은 서운함은 접어두고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 그 결과 피해지역 초등학교에 실내체육관을 건립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냈고, 결국 주민들은 이 의원을 여성이 아닌 의원으로 대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지난 7월 23일 열린 제234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산시에 미세먼지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한 살수차 및 분진흡입장비인 도로청소차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이연희 의원. 이 의원의 의정활동은 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 속에 이뤄진다.

이밖에도 서산시비정규직센터 건립, 서남초 개교, 여성친화도시 조례발의와 지정,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 화학물질안전관리 조례 등 여러 분야에서 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약을 보였고, 이런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그를 다시 의회로 보냈다. 
의회에 진출하기 전 언론사 편집국장 및 각종 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시간에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이 더해지면서 집행부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시야를 갖게 됐다.
이 의원은 인터뷰 중간 중간 여성에 대해 높은 장벽을 치고 있는 정치풍토에 대해 비판했다. 여성에게 있어 정치판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형식적으로만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을 뿐 여성에게 갖가지 차별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여성을 30% 공천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는 선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산시에서도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온 시의원 후보가 저 하나뿐이란 것이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사례죠”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는 한 어르신의 질문에 “요즘은 그런 말하면 잡혀간다”고 우스갯  소리처럼 응대했다는 이 의원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진출해야만 감성정치, 공감정치가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행적이 후배 여성정치인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밀알이 돼 여성정치인이란 단어가 사라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 지난 2016년 당시 비정규직 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지역 노동계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이연희 의원. 이 의원은 서민과 노동자, 여성, 노인 등 우리사회의 약자 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0수년전 방학이면 급식비가 끊기는 아이들을 위해 해결책을 찾다가 불합리한 현실에 화가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이 의원. 7남매를 둔 친정엄마가 아픈 자식에게 더 많은 사랑을 기울이던 모습을 보며 크고 깊은 사랑을 배웠다는 이 의원은 시민에게서 부여받은 4년이란 시간 동안 엄마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이는 공감정치, 생활정치가 목표라고 했다. 그리곤 시의원 사용법을 귀띔해주며 인터뷰를 마쳤다.
“시의원의 권한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인 만큼 저를 비롯한 13명의 시의원을 적극 활용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생활정치의 일꾼으로 뽑은 시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말고는 상당부분 시민들의 손에도 달려있습니다. 불러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뉴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