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미 천안서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 박영미 경장
얼마 전 중년의 남성이 물품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는데 물품도 받지 못해 사기 피해를 당하였다는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서에 방문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2013년경 고소를 한 적이 있고, 금원도 돌려받았으나 물품을 납품받지 못한 것으로 인한 피해, 피의자와 연락이 안 되는 이유 등으로 고소한 것이다.

또 한 사람은 몇 해 전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을 빌려 간 후 한동안 이자와 원금을 갚다가 얼마 전부터 이자 및 원금을 갚지 않고 고의적으로 자신을 회피하고 있어 고소한 것이다.

담당 조사관은 민사적으로 소액심판 절차 등을 안내해주었으나 고소인은 민사소송을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방법도 까다로워 무조건 고소장을 접수해 달라고 하였다.

얼마 전 우리나라 고소사건 접수율은 일본과 비교하면 무려 50배나 많고 기소율은 고작 18%에 그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위 사안의 피해자들도 고소를 하더라도 피의자들이 형사적인 처벌을 받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연락되지 않으니 만나게 해달라는 이유, 고소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합의를 유도해 낼 이유, 민사소송의 유리한 지위나 증거를 찾기 위해 고소하는 등 실체적 진실, 형사처벌의 목적이 아닌 나름대로의 이유를 고소라는 방법으로 포장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물론 우리 형법 제156조에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하고 있으나, 위 사안들도 엄밀히 따지면 기망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고소인의 사실오인으로 판단되면 무고로 입건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가의 형벌권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사욕을 위한 무분별한 고소는 수사력 낭비는 물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수사기관에서는 거짓말 사범에 대한 단속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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