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학혁명기념회, 무심천 작은 공원서 동학장승 다시 세우기 '눈길'
동학 유족들 참여…헉명군 이루지 못한 꿈 기원

▲ 청주시 무심천옆 작은 공원에 세워지는 동학장승에 아이들이 꽃을 그리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김대균 기자] '사람을 하늘같이, 함께 가는 세상'이라고 적힌 두기의 장승이 청주시 무심천 청남교 옆 작은 공원에 세워져 동학혁명의 정신을 기렸다.

'사람을 하늘같이' 이 보다 더 감동적인 언어가 있을까? 모든 세상 사람들이 마음속에 하늘을 모신다면 더 이상의 비참한 전쟁과 고통, 아픔은 없을 것이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감격의 물결이 친 다음날인 28일 무심천 작은 공원에는 오색천의 만장이 휘날리며 10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눈길을 끌었다.

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회는 2009년 세워진 두기의 장승이 낡고 쓰러진 채 방치된 것이 안타까워 세우기 행사를 진행한 배경이다.

여는 문에서 동학혁명기념사업회 김양식 박사는 "충북은 꺼져가는 동학의 불씨가 다시 지펴진 곳이다. 충북 없는 동학은 없다"고 행사가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조선 후기 관료들의 악랄한 수탈에 저항하며 꺼져가는 국운을 되살리기 위해 만백성이 일어선 1894년 갑오동학혁명, 당시 1차 혁명이 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면 그해 가을 2차 혁명은 충청도 중심으로 전개됐다.

당시 충북지역의 손병희가 이끄는 충북의 동학군 2~3만 명은 괴산~보은~청산~논산을 거쳐 전봉준과 합세해 공주 우금치 전투에 참가하는 등 어느지역보다 많은 동학군이 활동했다.

그해 11월 13일 남원의 김개남이 이끄는 1만3천여명의 동학군은 전주~금산~옥천~문의를 거쳐 청주에 도착해 청주병영의 관군과 큰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청주성 전투는 지금은 땅속에 묻힌 남석교를 중심으로 동학군과 관군이 대치하며 현재 청남교(꽃다리) 부근에서 대규모 전투가 이어졌고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아픔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날 그 자리에 두 갑이 지난 후인들이 '사람을 하늘 같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명문을 장승에 새기고 그 장승을 힘 모아 세우고 기억하는 기념이 됐다.

특히 이날은 동학혁명 당시 숨져간 수만의 농민군 넋은 물론 관군들의 넋도 같이 위로했다. 100여년전 새 세상을 꿈꾼 자와 꿈꾸지 못했던 자의 차이일뿐 모두가 역사속의 한겨레이기 때문이다.

▲ 도암서예예술연구소 박수훈 작가가 '사람을 하늘같이, 함께 가는 세상'의 글을 새기고 있다.

이날 장승은 토우작가로 유명한 도림공방의 김만수 작가가 며칠을 준비했다. 김 작가는 동학군과 관군의 모습을 한 30여개의 토우도 마련해 장승을 위로했다.

장승에 먹으로 쓰여진 글씨는 도암서예예술연구소 박수훈 작가가 맡았다. 박 작가는 솔 향을 깊이 머금고 누운 장승에 힘찬 붓질로 생명을 불어 넣었다.

자칫 어둡고 무서워 보이는 장승의 몸에는 갤러리미술중심 아이들이 예쁜 꽃을 그려 넣었다. ‘사람을 하늘 같이, 함께 사는 세상’을 바라는 모습 그대로 장승도 웃고 사람들도 웃는다.

비로소 꽃단장을 한 장승이 마주보고 웃었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꿈을 새겼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우리 모두는 하늘이다.”

장승을 세우고 준비한 제례상에는 동학의 의식인 ‘청수’ 한 그릇을 비롯해 떡과 과일을 놓고 막걸리로 잔을 올렸다. 집례는 김봉곤 공평사회만들기운동본부 회장이 맡았다.

장승이 서는 옆에서는 김정희 진지박물관팀이 동학군이 먹던 음식을 준비해 모든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보리밥 대신 쌀밥으로 만든 주먹밥은 100여년전의 결의와 의지가 눈물처럼 배어 있다.

이밖에도 청명의 풍물놀이가 시민들의 흥을 돋웠고 애채무용단 박소원의 진혼무는 숙연함을 선사했다.

김용욱 여민락 대표는 장승에 글씨가 새겨질 때부터 대금으로 장단을 맞췄으며 에코시낭송클럽은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낭송하며 옛 사람들을 추억했다.

3차에 걸쳐 진행한 조완주씨의 3보1배는 뜨거운 뙤약볕아래 이날 행사 직전까지 이어졌다. 3보1배를 마치고난 그의 얼굴은 아이처럼 해 맑아 지켜보던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날 주선자씨를 비롯한 충북의 동학혁명유족들이 참여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부모님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족’이라는 이름속에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이 함께 하는지 차마 물을 수 없다.

김양식 박사는 “충북에서 많은 활동을 한 해월 최시형 선생이 강조한 ‘모든 존재가 하늘님이다’는 말처럼 우리 모두가 하늘같은 존재로서 서로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며 “혁명군이 이루지 못한 꿈이 이뤄지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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