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회, 조완주 씨 장승세우기 무심천 '삼보일배'…구슬땀

▲ 조완주 씨가 세 걸음 걷고 큰 절을 하고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 온몸을 고스란히 땅에 내어 놓으며 오체투지를 연상케하는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충청뉴스라인 김대균 기자] 벚꽃이 흩날리는 청주시 무심천에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세 박자 타령이 낮게 흐르는 소리에는 서고 걷고 절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하는 조완주 씨의 외침이 담겨져 있다.

조 씨의 삼보일배는 오체투지를 연상케 하듯 세 걸음 걷고 큰 절을 하고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 온몸을 고스란히 땅에 내여 놓으며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맺혔다.

삼보일배 전 만난 조 씨는 "무심천 꽃다리옆 소공원에 10여 년 전에 세운 동학기념 장승이 있지만 낡고 무너져 다시 세우기로 했는데 이 행사를 추진하는 마음으로 삼보일배를 준비했다"며 장승세우기에 대한 정신을 말했다.

이어 "가장 낮은 자리, 그 곳에서부터 하늘이 시작되고 우리 삶도 그 곳에서 시작해 그 곳으로 돌아간다. 가장 낮은 자리의 느낌을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씨가 착용한 조끼 앞면에는 '동학군이 꿈을 꾼 공평한 세상 만들기'에 글귀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다시 피어나는 녹두꽃, 장승세우기'라고 새겨놨다.

먼저 세워진 꽃다리 소공원의 장승은 2007년 충북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충북지역의 동학을 재조명하기 위해 세웠다.

근대 최고의 시민혁명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동학혁명'과 관련된 역사와 흔적이 충북 곳곳에도 흔적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1893년 보은 장내리서 진행된 '보은취회'가 있고 북이면에는 동학의 3대 교조인 의암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도 있다.

1894년에는 동학의 지도자였던 김개남장군이 2만5천여 동학군을 이끌고 12월 9일 청주성을 공격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때 숨진 관군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모충동에 있는 모충사로 남아있다.

▲ 11일 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회 조완주 씨가 청주 무심천에서 10년전 세운 낡은 장승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동학 장승세우기'행사를 알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했다.

삼보일배 30여분이 경과하자 조 씨는 온몸에 땀이 차고 숨이 갚아 보였다. 그러나 얼굴은 순박한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오랜만에 절을 하려니 힘이 든다. 10여 년 전 수경스님이 진행한 지리산부터 판문점까지의 삼보일배에 구간구간 참여한 적이 있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거기 뭐하는 거요? 선거운동이요?”라고 묻더니 조 씨의 조끼를 학인하고는 “아 동학, 동학이구나. 보호대라도 차고 하지…힘내세요"라고 행인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날린다.

조 씨의 차림은 너무 단순해 보인다. 평상시 즐겨 입는 개량한복에 조끼를 입었으며 신발은 샌들이다. 삼보일배를 위해 준비한 물품은 빨간색 목장갑이 전부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조 씨의 삼보일배를 바라보며 ‘동학?’이라고 속삭이면 지나간다.

조 씨는 "내 마음이 먼저 열려야 그 진실함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런 의미로 동학 장승을 세우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삼보일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동학의 가르침 중 하나인 ‘오심즉여심(내 마음이 곧 네 마음)’ 그대로다. 한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들이 하나씩 열리게 되면 모두의 마음이 열려 비로소 사람이 하늘이 되는 이치다.

이날 오전 10시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시작된 삼보일배는 모충동 남사교 인근까지 진행됐다. 어림잡아도 1km는 넘어 보인다. 무려 1시간 30분 넘게 온 몸을 땅에 내려놓은 조 씨의 몸은 붉은 아스팔트처럼 피멍이 들기 직전이다.

조 씨는 "삼보일배의 목표는 장승이 있는 꽃다리 소공원까지다. 첫 날인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17일에 다시 이어가겠다"며 4월의 뜨거운 햇살아래 거침 숨을 내쉬었다.

한편 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회는 ‘충북 하늘에 피어난 1894, 기억과 기념’을 주제로 지역에서의 동학혁명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장승세우기 행사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월 첫째 수요일에 ‘충북동학혁명사’ 공부 모임을 갖고 조 씨 등을 중심으로 삼보일배를 세 차례 준비했다.
 
28일 진행되는 장승 다시 세우기는 충북학연구소 김양식 박사의 강연과 함께 기림굿과 풍물 공연, 동학군 음식 체험 등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장승 제작은 김만수 작가의 도림공방에서 사전에 진행되며 김 작가의 토우 작품 전시도 마련된다.
 
김양식 박사는 "2007년 충북동학혁명기념사업기본계획 수립 후 보은동학제 이외에 이렇다 할 사업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다시 동학혁명의 가치와 정신을 새롭게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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