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없어도 주민이 가라는 길 묵묵히 간다!”

[충청뉴스라인 방관식 기자] 주민투표에 의해 이장에 선출되고도 임명장을 받지 못하는 아주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최근 지곡면 무장4리(늘푸른오스카빌 아파트) 이장으로 선출되고도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서산시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박건우 씨다.
박 씨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지곡 늘푸른오스카빌 학교건립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민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봉장에 섰던 인물로 주민들의 신임이 높다.
지난달 31일 박건우 씨를 만나 그 동안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건우 무장4리 이장 

주민투표에 의해 이장에 선출되고도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전 이장이 사직함에 따라 지난 7월 21일 2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주민들이 투표를 했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이장에 선출됐지만 한 달이 넘도록 임명장을 받지 못한 상태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통장은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사람을 리·통 개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읍·면·동장이 임명하는데 무장4리의 경우처럼 주민들이 선출한 이장을 행정기관에서 임명을 거부한 사례는 서산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서산시가 이장 임명을 유예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시는 ‘이·통장 임명에 관한 규칙’ 중 이‧통장의 임무가 ‘행정지시 사항의 주지 전달’과 ‘그 밖에 현안사업 추진 및 협조 지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앞으로 이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명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즉 이장이 시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관련해, 그것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애초에 싹부터 자르겠다는 서산시의 의도는 민주적인 행정과는 거리가 먼 독선적인 모습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을 대표해 한 마디 한다면?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은 무장4리를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산폐장이 들어올 계획이었으면 애당초 적정한 거리에 주택단지 등을 조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1.5km에 아파트와 학교 등이 들어서 있고, 2016년 개원한 오토밸리 어린이 집은 4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적극 반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밖에도 서산시는 오토밸리에서 폐기물이 연간 5.6만 톤이 발생할 것이라며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실제 폐기물 발생량(비가연성)은 1.5만 톤으로 여기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까지 제외하면 발생 예상량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의무적으로 조성해야하는 2만 톤 이하라고 생각된다. 또한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의 경우 한번 들어서면 30년 이상을 운영해야하는 상황인데 현재 시행사의 경우 운영상태가 경보 단계의 부실한 회사로 과연 이러한 회사가 아무런 문제없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후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주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각종 문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은 백지화 시킨 상태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주민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장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대변해야겠다는 것이었고, 여전히 무장4리 주민들은 반대를 하고 있는 만큼 서산시가 임명장을 주지 않더라도 주민의 뜻에 따라 주민이 가라는 길을 묵묵하게 갈 것이다. 
주민들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이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서산시에도 한마디 한다면 아무런 결석 사유가 없는 인물이 이장에 선출된 만큼 일단 임명장은 줘야 주민들과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의 심부름꾼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올바른 주민을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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