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솔 순경 홍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화려하나 밝지 않은 단풍은 바스락거리며 스러져 간다. ‘가을 탄다.’ 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풍요로워서 외롭고 화려해서 숨고 싶은 이 계절에 우리는 가둬졌다. 이 바람을 보다보면 가출과 비행의 계절이라는 단어가 화려한 가을의 맨얼굴임을 인정하게 된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가을바람이 한창 피가 끓는 청소년을 복 돋울까 걱정이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가을을 탄다고 알려진 것과는 반대로 햇볕이 줄어든 가을 날,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여자들에게서 가을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날 여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린 미소 뒤에 슬픔이 자라나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 번 여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학교폭력 가해에 있어서 여학생은 남학생과 차이를 보인다. 남학생은 자기가 싫어하는 상대를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해 괴롭히는 반면, 여학생은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무시하기, 소문내기 등 몸짓언어를 사용하고 ‘너랑 절교할거야’ 등 관계 자체를 무기로 삼는다. 이 과정은 피해학생이 자신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모를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피해학생은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른 채 소외되고 격리당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여학생의 이러한 행동패턴에는 여러 분석이 있는데 그 중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 할 때 여자의 뇌에서 옥시토린과 도파민, 세르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가 가장 흥미롭다. 모두 친밀감, 성취욕, 쾌락, 안정감을 대표하는 호르몬이다. 즉 학교폭력 여러 가해 유형 중 뒷담화, 소문내기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생체적 특성상 여학생들은 간접적 폭력을 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여학생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선 헛소문을 퍼트리고 욕설로 댓글을 남기거나 따돌림을 주도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행위임을 경고해야 한다. 홍성경찰서에서는 3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학교폭력근절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만여 명이 되는 홍성군 내 청소년을 모두 지켜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 가정에서 보호자로서, 어른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여자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또래관계의 감정다툼이 아니라 폭력이고 범죄임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또한, 피해학생과 방관학생의 적극적인 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전에는 일명 ‘노는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는 공부도 잘 못하고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요즈음은 부와 성적, 외모, 체력 등을 갖춘 아이들이 대체적으로 서열이 높다. 고로 교실 안에선 이러한 아이들이 누군가를 괴롭힐 때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본인이 왕따가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방관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본인이 교실의 일원이기 전에 범죄의 목격자임을 깨우치고 용기를 가져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한 분위기에서는 결코 비틀대는 아이들을 잡을 수 없다.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을 때 “둘 다 사과해” 라는 말로 무관심을 공정한 심판인 척 모두를 속이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갑을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아이들의 서열관계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10평 남짓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는 서열이 높은 아이가 약한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 그리고 사회와 달리 교실의 아이들은 이로부터 자발적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교실보다도 훨씬 넓으며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서열의 척도도 수백 가지가 되므로 교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인성을 키우는 공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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