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재 청양경찰서 수사과

 
충남도의 중심부는 청양이며, 그 청양의 중심부에 최고봉으로 우뚝 서 있는 산이 칠갑산(561m)이다. 1973년에 도립공원에 지정되었으며,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산세가 거칠고 험준해 충남의 알프스로 불리기도 한다.

교통이 불편했던 옛날에는 칠갑산이 청양군을 동서로 쫙 갈라놓은 지형적 장애였고, 한티고개로 불리는 대치(大峙)는 중요한 교통로 이지만 워낙 험준해 겨울철에는 교통이 단절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무명옷 차림에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모두가 흙바닥에 손발을 심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때 호미자루 쥐고 한여름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점심도 거른체 해가 산마루에 걸리도록 김을 매던 가난한 시절의 어머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노래가 칠갑산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젖는다~’로 시작되는 노래 ‘칠갑산’에는 한국인만의 근원적이고 숙명적인 한(恨)이 담겨있다. ‘너만이라도 배곯지 말라’며 어린 딸의 손을 놓는 어머니의 비원, 단장의 슬품으로 가수 주병선이 불러 크게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가요다.

노랫말을 보면 송홧가루 날리는 어느 뜨거운 여름날, 어머니는 아직 귀밑머리가 풋풋한 어린 딸에게 시집갈 것을 권한다. ‘너 만이라도 배곯지 말고 살아라’는 어머니의 비원, 홀어머니에 떠밀려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는 어린 딸의 마음을 찢어지게 한다.

나마저 떠나면 남겨진 홀어머니가 굻어 죽지나 않을까 하는 어린 소녀의 단장의 슬품을 곡진하게 대변한다. 따라서 노래에 등장하는 홀어머니와 어린 소녀는 특별한 누구가 아닌 가난하고 힘들었던 세월 저편의 우리 어머니와 누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칠갑산에는 유서깊은 장곡사(長谷寺)가 있다. 장곡사는 이름만큼이나 오래된 절이다. 850년(통일신라 문성왕12)에 보조국사가 창건했다. 규모는 작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가 있는 특이한 사찰로 소중한 불교유물을 간직한 보물창고다.

또 주변에는 칠갑산천문대와 출렁다리, 장승공원, 칠갑지, 도림지, 아니골, 냉천골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제, 어려운 시절 포기 포기마다 눈물을 심던 이 땅의 어머니는 이제 할머니가 되고, 하나둘 이승을 떠난다. 이렇듯 칠갑산은 배고품을 경험한 이땅의 장년 세대들에게 어린 날의 초상과 같은 추억이 되었다. 그런 시절들이 과거로 포장된 채 빛바래 간다는 것은 너무 쓸쓸한 일이다. 이 풍진세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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